産銀 8조6000억·輸銀 4조2000억·농협 4조 ‘뇌관’

입력 2016-06-02 18:17 수정 2016-06-02 21:38
글로벌 해운동맹 G6의 회원사 관계자들이 2일 서울 연지동 현대상선 본사를 나서고 있다. 현대상선이 속해 있는 해운동맹체 G6는 내년 이후 새롭게 결성되는 ‘디얼라이언스’의 주축이지만, 여기에 현대상선은 빠져 있다.뉴시스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 금액이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창 구조조정 중인 조선·해운사에 막대한 대출이 몰린 국책은행의 부실채권 증가 속도가 가팔라 외환위기 수준을 넘나들 위험이 커졌다. 향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은행의 대출 분류등급이 하향 조정될 경우 은행권의 대손충당금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 금액은 31조3000억원으로 2001년 1분기(38조1000억원) 이후 15년 만에 가장 많았다. 은행 중에서는 산업은행이 8조6000억원으로 가장 많고, 수출입은행(4조2000억원) 농협은행(4조원) 우리은행(3조원) 순이다. 채권단에 속하면서 구조조정에 들어간 기업 관련 대출이 많은 은행들이다. 1분기 신규 부실채권금액 7조5000억원 가운데 기업여신이 6조8000억원으로 90.1%를 차지할 정도로 기업부채 위험은 커지고 있다.

부실채권은 은행의 대출 등급을 분류하는 5가지 기준(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중 고정이하여신(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을 뜻한다. 통상 연체가 3개월 이상돼 회수가 어려울 것으로 보는 대출을 의미하며, 은행들은 이 돈을 떼일 것에 대비해 여신의 20∼100%를 충당금으로 쌓도록 규정돼 있다. 부실채권이 많아질수록 은행의 경영환경은 어려워지고, 선제적으로 대비하지 못한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충격이 오면 기업의 위기가 은행의 위기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산업·수출입·농협은행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STX조선에 빌려준 돈은 6조2000억원에 달한다. 수출입은행은 성동조선과 SPP조선에도 약 3조5000억원을 빌려준 상태다. STX조선을 신호탄으로 중소 조선사들이 법정관리로 넘어갈 경우 충당금 적립비율이 최대 100%로 증가하기 때문에 국책은행의 자금부담은 더 커진다.

은행들이 기업 위험을 건전성 분류에 제대로 반영했다고 보긴 어렵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채권은행 대부분이 대출을 최상위등급인 ‘정상’으로 분류하면서 충당금을 거의 쌓지 않아 우려가 높다. 대우조선의 부채비율은 개별 기준 7310%에 달하고, 3년 연속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비용도 감당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금융당국과 대주주인 산업은행 주도 하에 4조2000억원을 대우조선에 투입하는 등 정상화방안을 발표하면서 시중은행들은 이들의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산업은행은 여전히 대우조선해양 대출 건전성을 정상으로 분류하고 있고, 시중은행 중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만 최근에 건전성을 ‘정상’에서 ‘요주의’로 낮췄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조선·해운 업종에 대해 일반은행(시중·지방은행) 11곳의 정상 여신 50%가 요주의로 하향 조정되고, 요주의 여신 50%가 고정으로 강등될 경우 은행들이 충당금 1조5000억원을 추가 적립해야 하는 것으로 봤다. 이 비율이 100%로 올라갈 경우 추가 충당금은 4조7000억원으로 급격하게 늘어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 대규모 실업자 양산 등의 영향으로 가계대출의 건전성 저하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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