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린 먼로(1926∼1962·사진) 하면 금발과 펄럭이는 하얀 치마가 떠오른다. 그러나 ‘섹스심벌’이었던 여배우가 촬영장에서 좌파 성향의 서적을 읽는 페미니스트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1일(현지시간) 먼로 탄생 90주년을 맞아 미국 시사주간 타임과 영국 BBC방송은 먼로의 색다른 모습을 집중 조명했다. 타임은 미국 캘리포니아대학(USC) 교수 출신인 로이스 배너가 2012년 쓴 먼로의 전기 ‘메릴린: 열정과 역설’을 인용해 “먼로가 민권을 옹호하고 핵무기를 반대하는 등 정치적으로 좌파 성향을 보였다”고 전했다.
먼로는 어렸을 때 가난 때문에 여러 집을 전전해야 했다. 먼로의 어머니는 그를 돌봐줄 형편이 못됐다. 먼로는 유독 흑인 거주지에서 편지를 배달하던 볼런더스 가족을 좋아했다. 그 시절 경험한 가난, 다른 인종과의 유대 때문에 먼로는 진보적인 시각을 갖게 됐다고 배너는 설명했다.
1956년 극작가 아서 밀러와 결혼한 뒤 먼로는 적극적으로 정치적인 목소리를 냈다. 핵실험 반대 민간단체 창립회원으로 등록하고 미국과 갈등을 빚던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을 공개 지지했다. 또 흑인 민권운동 세력을 적극 후원했다.
BBC는 2010년 출판된 일기를 근거로 “먼로는 감정을 명료하고 간명한 어휘로 표현하는 소양을 갖췄다”고 전했다. 그는 세 번째 남편 밀러가 자신을 창피하게 여긴다는 걸 알고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없다는 걸 배우고 난 뒤 누군가의 아내가 된다는 것이 매우 두려웠다”고 찢어지는 심경을 표현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먼로는 좌파 성향의 페미니스트였다”
입력 2016-06-02 18: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