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핵고집 北… 껴안는 中·때리는 美

입력 2016-06-03 04:02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인디애나주 엘크하트의 콩코드 고교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소매를 걷어올리기 위해 단추를 풀고 있다. 이날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이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이 만나 북·중 관계가 개선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 가운데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을 ‘자금세탁 주요 우려 대상’으로 지정해 사실상 세계 금융 시스템에서 추방했다. AP뉴시스

북한과 미국, 중국이 ‘핵’과 ‘달러’를 놓고 3각 게임을 벌이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이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이 만나 북·중이 관계 개선의 물꼬를 트자 미국이 북한을 세계 금융 시스템에서 몰아내는 조치를 취했다. 북한을 ‘전략적 자산’으로 보는 중국과 ‘눈엣가시’로 보는 미국 사이에 신경전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일단 북한은 이 부위원장의 방중을 계기로 핵을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음을 중국에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2270호 채택을 주도한 중국으로선 북한의 이런 태도가 불쾌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결국 시 주석이 이 부위원장을 만나주면서 북·중 관계를 일정 수준에서 관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북한이 ‘핵보유국’ 주장을 철회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면서 북·중 관계가 급진전될 가능성은 현재로선 거의 없다. 그렇다고 해서 한반도 안정을 최대 안보 이익으로 보는 중국의 입장 또한 변하기 쉽지 않다. 북한의 핵 보유보다도 정권 붕괴를 더 두려워하는 중국 입장에선 북한을 어느 정도 포용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따라서 중국은 그동안 국제사회에 공언했던 대로 유엔 안보리 차원의 대북 제재 결의는 충실히 이행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안보리 제재에 나 있는 ‘구멍’을 통해 대북 영향력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보리 제재를 위반하지 않는 수준에서 대북 식량 지원과 경제교류 등을 통해 북한의 대중(對中) 의존도를 더욱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북·중 관계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2일 “북한이 핵 포기 의사를 밝히지 않더라도 중국은 북한과의 관계를 완전히 단절할 수 없다”면서 “중국이 북한을 완전히 포기하면 한반도 정세를 관리할 지렛대를 완전히 잃게 된다. 이런 점은 북한 또한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이런 와중에 미국 재무부는 1일(현지시간) 북한 자체를 ‘자금세탁 주요 우려 대상’으로 지정했다. 달러를 기축으로 하는 세계 금융체제에서 북한을 완전히 몰아내겠다는 조치다. 특히 미국은 이번 조치를 안보리 제재의 ‘빈틈’을 메우는 취지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때문에 안보리 제재만을 엄격히 시행할 뿐 추가 제재는 하지 않는다는 중국과의 온도차가 분명하다.

중국이 북한과의 경제 교류를 활성화하려 해도 미국의 제재에 막혀 방해를 받고 이 과정에서 중국 금융기관이 경제적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의) 국내법에 따른 일방적 제재에 반대한다”면서 “각국은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긴장을 높이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반발했다. 이처럼 대북 제재를 둘러싼 미·중의 ‘기싸움’이 고조되면서 그동안 벼랑 끝에 몰렸던 북한의 외교적 입지가 더욱 넓어지는 역효과가 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성은 기자,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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