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 방통위 조사 거부… 정부에 ‘반기’

입력 2016-06-03 04:00

LG유플러스가 정부의 불법행위 단속을 거부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2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1∼2일 이틀 동안 방송통신위원회의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위반 관련 사실 조사를 거부했다. 방통위는 1일 LG유플러스에 공문을 보내고 조사를 하려고 했으나 LG유플러스 대리점은 본사의 지침을 이유로 조사를 거부했다. 방통위는 LG유플러스가 단통법을 위반한 정도가 심하다고 판단해 이통 3사 중 LG유플러스만 단독으로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방통위는 LG유플러스가 대리점에 과도한 리베이트를 지급하고, 법인폰을 개인에게 판매했다는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통위 직원들은 경찰과 달리 임시조사권만 있기 때문에 업체에서 거부할 경우 조사를 강행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방통위가 사실 조사를 하려고 할 때 이를 막은 이통사는 없었다. LG유플러스가 처음으로 정부에 반기를 든 셈이다.

LG유플러스는 절차상의 문제가 있어 조사를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LG유플러스는 ‘조사 1주일 전에 사업자에게 통보한다’는 단통법 13조 3항을 들어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1일 공문을 받았기 때문에 조사를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LG유플러스가 근거로 삼은 13조 3항은 그러나 ‘긴급한 경우나 사전에 통지하면 증거인멸 등으로 조사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인정하는 경우는 예외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동통신 업계는 그동안 증거인멸 등의 우려 때문에 1주일 전 통보 조항은 유명무실했다고 입을 모은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방통위는 그동안 증거 인멸 가능성을 이유로 조사를 갑자기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통사도 조사를 받아들였다”면서 “LG유플러스도 그동안 조사를 받았는데 이번에 절차를 문제 삼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LG유플러스는 어떤 것이 위법행위로 간주된 건지 정확한 이유를 통보해 달라고 방통위에 요구하기도 했다.

방통위는 LG유플러스의 조사 거부를 심각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단독 조사를 받는 이유를 사전에 통보해 달라는 건 다른 어떤 조사에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지난해 SK텔레콤은 단독조사를 순순히 받아들였다. LG유플러스 주장은 방통위한테 일을 하지 말라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다른 방통위 관계자도 “공권력에 대한 도전으로 보고 있다”며 “관련 규정을 검토한 뒤 기준과 원칙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향후 방통위가 3가지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과태료 처분이나 과징금의 형태로 가중처벌이 가능하다. 단통법은 사실조사를 거부할 경우 50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조사가 길어질 경우 충분한 자료가 모일 때까지 방통위가 조사를 연장할 가능성도 있다. 만약 이후에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는다면 최악의 경우 방통위 차원에서 LG유플러스를 형사고발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준엽 박세환 기자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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