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성장률 0.5% ‘메르스’ 이후 최저… 설비투자·소비·수출 동시에 마이너스로

입력 2016-06-02 18:27 수정 2016-06-02 18:48

1분기 경제성장률이 0.5%에 그쳤다. 극심한 침체기였던 2014년 세월호 참사(2분기·0.6%)나 2015년 메르스 사태(2분기·0.4%) 당시와 맞먹는 최악의 성적표다. 저성장 국면이 확실해지면서 기업은 투자를 줄이고, 가계는 지갑을 닫고 있다.

한국은행은 2일 ‘1분기 국민소득 잠정치’를 발표했다. 전 분기 대비 0.5%에 불과한 1분기 성장률은 지난해 메르스 사태로 인한 2분기(0.4%) 이후 최저치다. 동시에 6개월 연속 1%대 성장률 진입에 실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13년 이후 분기별 1%대 진입 자체가 벅찬 목표로 돼버렸다. 저성장 시대란 의미다.

기업은 투자를 줄이고 있다. 1분기 설비투자 증가율은 -7.4%다. 2014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한은은 “기계류와 운송장비가 모두 줄었다”고 했다. 그나마 지식재산 생산물투자가 늘어난 게 위안이다. 연구개발과 소프트웨어 분야를 중심으로 0.3% 투자가 늘었다.

가계는 소비를 줄이고 있다. 민간소비는 0.2% 감소했다. 민간소비가 음으로 돌아선 건 역시 세월호(-0.3%) 메르스(-0.1%) 사태 이후 처음이다. 대신 저축하는 비율은 늘어간다. 총저축률이 36.2%를 기록해 지난해 1분기 때의 고점을 회복했다.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미래가 불안해지자 소비를 줄이고 일단 모아놓는 것이다.

무역지표도 우울하다. 수출은 석유제품 및 자동차 부문이 줄어 1분기 1.1% 감소했다. 수입은 가공에 꼭 필요한 기계류 및 운송장비를 중심으로 더 큰 폭인 3.1% 떨어졌다. 생산활동 자체가 활발하지 못해 생겨나는 일이다.

문제는 세월호 메르스보다 더 큰 악재인 산업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체감지표가 나빠지고 있다. 한은의 5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71로 경기를 긍정적으로 보는 기준인 100보다 한참 아래였다. 특히 조선 및 기타운수업 부문은 49를 기록해 BSI 지수 하락을 견인했다.

이에 따라 정부와 한은이 경기 부진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6%로 낮추며 “구조조정 땐 성장률이 더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 도입, 한은의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서도 조속한 금리 인하 주장이 나온 바 있다. 이달 금통위는 오는 9일에 열린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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