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여성혐오 범죄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파키스탄에서 청혼을 거절했다는 이유로 여성에게 기름을 끼얹고 불을 질러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1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사건이 발생한 곳은 파키스탄 북동부에 위치한 머리주의 한 교외 마을이다. 사건이 발생한 지난달 30일 18세 여교사 마리아 아바시는 다른 가족이 인근 마을의 장례식에 참석한 사이 집에서 5세 동생을 혼자 돌보고 있었다.
그날 밤 장례식장에 있던 가족들은 “마리아가 불길에 휩싸였다”는 연락을 받고 집에 불이난 줄 알고 황급히 돌아왔다. 집 전체가 불길에 휩싸인 것은 아니었지만 거실에는 온몸이 시꺼멓게 그을린 마리아가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전신의 85%가량 화상을 입은 마리아는 급히 50㎞ 떨어진 수도 이슬라마바드의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경찰 수사 결과 사건의 범인은 마리아의 동료 교사였다. 그는 사건 며칠 전 마리아에게 청혼했다가 거절당하자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남성 4명과 함께 마리아의 집에 무단 침입해 석유를 끼얹고 불을 붙인 뒤 달아났다.
파키스탄에서 여성에게 불을 붙여 살해하는 여성혐오 범죄는 지난해에만 76건이나 발생했다. 현지 인권단체 관계자는 “여성에 대한 강력 범죄가 계속되는 데도 정부가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가부장적 관습이 많이 남은 파키스탄에서는 최근 헌법자문기관인 이슬람이념자문위원회가 ‘아내를 체벌해도 좋다’는 법안을 제출해 논란이 됐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월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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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화제] 청혼 거절한 여성에 기름 붓고 불질러 살해
입력 2016-06-03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