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국회의장과 핵심 상임위원회 분배를 두고 원(院) 구성 협상을 벌이고 있던 새누리당을 향해 2일 역공에 나섰다. 새누리당이 전날 ‘국회의장 사수’ 방침을 밝히자 “법제사법위원장을 줄 테니 국회의장을 달라”고 제안한 것이다.
국회의장 사수 방침이 사실상 핵심 상임위 확보를 위한 ‘협상용’이란 해석이 많았던 점을 감안하면 깜짝 제안인 셈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상임위를 다 가져가려는 꼼수”라며 “야당이 사과하지 않으면 협상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국회의장이 여당 몫이라는 새누리당 논리 때문에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다”며 “중대 결심을 했다. 법사위를 과감하게 양보하겠다”고 말했다.
19대 국회를 기준으로 보면 야당이 가지고 있던 법사위를 새누리당에 넘기면 운영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까지 주요 3개 상임위를 새누리당이 모두 갖게 된다. 우 원내대표는 “법사위를 야당이 갖겠다고 한 것은 특정당(새누리당)이 운영·예결·법사위를 독식한 전례가 없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20대 국회를 법에 정해진 시점에 개원하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했다.
그런데 새누리당이 펄쩍 뛰며 협상 과정을 공개했다. 새누리당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에 따르면 새누리당은 국회의장을 갖는 대신 외교통일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더민주에 주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더민주는 원내 1당으로서 국회의장을 가져가야 한다고 맞서며 법사위를 내놓았고, 대신 새누리당이 갖고 있던 운영위와 정무위원회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국민의당까지 주요 상임위를 요구하며 야권이 협공을 편 탓에 핵심 상임위 독식은커녕 빈털터리 위기에 놓였다고도 했다.
김 수석부대표는 “운영위와 정무위는 (야당에) 줄 수 없는 상임위”라며 “우 원내대표의 얘기에는 (운영위와 정무위를 어떻게 하겠다는) 알맹이가 쏙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상임위를 요구한 사실은 숨긴 채 ‘통 큰 제안’처럼 포장했다는 의미다.
또 국민의당에 대해선 “더민주가 가진 상임위 중 2개(교육문화체육관광·보건복지)를 달라고 요구했는데, 갑자기 우리가 가진 기획재정위원회를 달라고 했다”며 “그러면 우리는 의장 주고, 기재·정무·운영위를 줘야 한다. 두 야당이 도저히 받을 수 없는 협공을 했다”고 말했다. 김 수석부대표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야권의 선(先) 사과 없이는 협상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국민의당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는 “야당에 ‘야합’이라며 사과를 요구하고 만남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김 수석부대표의 태도가 갑자기 달라졌는데, 독자적인 결정이 아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급기야 더민주 박완주 수석부대표는 새누리당에 ‘콘클라베’까지 제안했다. 콘클라베는 교황 선출을 위해 협상 타결 시까지 외부와 격리된 채 진행하는 비밀회의다. 원 구성 협상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강준구 한장희 기자 eyes@kmib.co.kr
[정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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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민주 “법사위 줄테니 의장 달라” vs 새누리 “핵심 상임위 노린 꼼수”
입력 2016-06-02 18:14 수정 2016-06-02 2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