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각 부처가 미세먼지 대책을 놓고 혼선을 빚은 데다 정치권의 주문까지 쏟아지면서 이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이 마련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여론 악화를 의식한 여당과 정부 간 의견 조율도 순탄치 않은 모양새다. 미세먼지를 일으키는 ‘주범’을 명확하게 밝히는 일도 쉽지 않은 데다 주변국의 협력을 끌어내는 과제도 난제로 꼽힌다.
20대 국회 첫 당정협의회에서 새누리당은 정부를 강하게 질타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2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협의회에서 “정부는 대체로 미세먼지의 주범을 경유차의 디젤 엔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들이 아닌가 하는 인식을 가진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그렇지 않다는 견해도 있어 어떤 게 맞는지 나도 헷갈린다”고 했다.
정 원내대표는 “디젤차는 에너지 효율을 중시한다는 차원에서 정부에서 권장해온 바도 없지 않은데 경유차가 대기오염을 촉발하는 주범이라는 생각에 이르니까 기분이 묘하다”고도 했다.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각 부처가 서로 입장이 다른 게 언론에 비쳐 굉장히 혼선을 줬다”고 지적했다.
미세먼지 문제에 대해 각 부처가 조율되지 않은 설익은 대책을 내놓으면서 혼선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이에 이석준 국무조정실장은 “처음에는 (부처 간) 이견이 약간 있었으나 좁혀지는 방향으로 되고 있다”고 했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종합대책을 마련 중”이라면서도 “미세먼지 저감 대책을 추진해서 단시일 내 하기엔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새누리당은 서민 부담을 가중시키는 대책을 내놔선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당정협의 후 “경유가 인상, 고등어 삼겹살 등 직화구이 규제와 같이 영세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늘리거나 국민생활에 불편을 주는 방안은 (미세먼지 대책에) 포함되지 않도록 할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특히 새누리당은 미세먼지 문제가 경유가 인상 논란으로 번져 여론을 악화시킨 점을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정책위의장은 경유가 인상과 관련, “정부가 확실한 얘기는 안 했는데 (인상하지 않을 가능성이) 90% 이상 되는 것 아닌가 한다”고 전했다.
다만 경유가를 인상하는 대신 휘발유값을 내리는 방안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당 관계자는 “정 원내대표가 전날 언급했던 휘발유값 인하는 당정 간 충분히 논의됐던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또 미세먼지 배출원으로 지목된 디젤 엔진에 대한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아울러 화력발전소 연료를 친환경 연료로 전환하는 방안과 노후차량 공사장 등 생활주변 배출원에 대한 대책, 미세먼지 측정소 확충, 중국과의 오염원 저감사업 확대 등을 요청했다.
정 원내대표 주재로 이날 열린 당정협의회에는 당에서 김 정책위의장, 김상훈 정책위부의장, 이명수 이현재 정운천 의원 등이 참석했다. 정부에선 윤 장관,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이 국무조정실장,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 등이 함께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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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당정 엇박자… 지각 ‘처방전’ 불가피
입력 2016-06-03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