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이우환(80) 화백의 작품을 ‘위작(僞作)’이라고 판단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국과수가 국내 유명 미술관에 전시·보관된 이 화백의 진품 6점과 경찰이 압수한 13점을 비교 분석한 결과, “경찰이 압수한 그림은 진품과 다르다”고 감정했다고 2일 밝혔다. 경찰이 압수한 위작은 일반인이 구매한 4점, 유통·판매책이 가지고 있던 8점, 경매장에 나왔다가 감정사의 의뢰를 받은 1점 등 총 13점이다.
국과수 감정 결과에 따르면 진품은 물감성분이 서로 유사하고 캔버스 제작기법이 동일하지만, 경찰이 압수한 그림은 물감성분과 캔버스 제작기법이 달랐다. 특히 위작 물감에서는 납의 농도가 진품의 절반 수준이었고, 진품 물감에서 사용된 아연성분이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이 화백의 대표작 ‘점으로부터’와 ‘선으로부터’의 위작이 2012∼2013년에 인사동 일부 화랑을 통해 수십억원에 유통됐다는 첩보를 입수해 지난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지난달 12일 이 화백의 작품을 위조한 현모(66)씨를 구속했다. 현씨는 경찰이 압수한 위작 중 일부를 자신이 그렸다고 진술했다.
앞서 경찰은 압수 그림 12점을 국제미술과학연구소, 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 민간 감정위원회 등에 안목감정을 의뢰해 역시 위작이라는 의견을 얻었다. 감정기관들은 ‘캔버스와 나무틀에 오래된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노란색이나 갈색을 덧칠했다’ ‘1960년대 이전에 생산된 수제 못과 1980년대 생산된 고정침이 한 작품에 사용됐다’ 등의 의견을 냈다. 경찰은 구속된 현씨와 위조화가 A씨(40)로부터 “50여점의 위작을 유통책에게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우환 화백 대리인 최순용 변호사는 “생존 작가를 배제한 채 제3자인 감정기관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먼저 감정 의뢰를 하고, 수사결과를 발표한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프랑스 파리에 머물고 있는 이 화백이 6월 말 귀국할 예정”이라며 “최대한 빨리 그림을 직접 확인하고 말하겠다”고 전했다. 이 화백은 변호인을 통해 “위작 논란의 피해자는 나인데 내가 그 작품을 먼저 봐야 할 것 아니냐”고 말했다.
홍석호 기자,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will@kmib.co.kr
[사회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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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환 화백 그림 13점 모두 가짜”
입력 2016-06-03 00:37 수정 2016-06-03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