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태기획] 야유회 시즌… 직장인 “내 불금 돌려줘”

입력 2016-06-03 04:02

“가정의 달에 오히려 가정불화만 늘었어요.” 직장인 강모(33)씨는 지난달 아들딸 얼굴 볼 시간조차 없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날씨 좋다’며 매주 야유회에 끌려 다니는 바람에 정작 가정을 지킬 수 없었다는 하소연이었다. 현충일 연휴를 앞두고 가족 나들이를 가려고 했는데 그마저도 허락되지 않았다. ‘농어가 제철인데 낚시나 가자’는 거래처 직원을 뿌리칠 여유가 없었다.

끌려와서 장기자랑이라니

화창한 날씨를 탓해야 할까. 요즘 들어 야유회, 워크숍, 단합대회가 이어지는 바람에 직장인들은 괴롭다. 새내기들은 더욱 그렇다. ‘불금’도 포기해야 하고, 주말인데 쉬는 건지 일하는 건지 헷갈린다.

대기업 신입사원 정모(27·여)씨는 워크숍 때문에 휴가를 반납했다. 입사 후 처음으로 얻은 휴가였다. 일본 여행을 떠나려고 항공권도 예매했는데 애꿎은 취소 수수료만 내야 했다. 정씨는 2일 “장기자랑을 준비하기 위해 야근 후 노래방에 모여서 댄스를 연습하는 동기들이 떠올라 혼자 휴가를 떠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직장인 상당수가 사내 행사 참여를 강요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잡코리아가 직장인 609명에게 ‘사내 행사 참여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지’ 물었더니 47.6%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24.0%가 ‘행사에 따라 다르다’고 답했고, ‘그렇다’는 대답은 28.4%에 불과했다. 가장 스트레스 받는 점으로는 ‘주말 시간을 회사 행사로 써야 할 때’(60.9%) ‘상사가 장기자랑을 준비하라고 할 때’(28.7%) ‘예외 없이 출석 체크를 할 때’(23.6%) 등이 꼽혔다.

차라리 돈이라도 받았으면

“주말에 시간 돼?” 중소기업 사원 김모(28)씨는 부장이 무심코 건네는 말에 화들짝 놀랄 때가 많다. 잘못 걸리는 날에는 꼼짝없이 청계산을 오르내리며 땀을 흘려야 한다.

‘불금’이었던 지난달 20일 김씨는 경기도 용인으로 1박2일 부서 단합대회를 다녀왔다. 부장은 참석이 자율이라고 했다. 하지만 불참자를 조사하고 불참 사유를 서면으로 밝히라고 하는 탓에 불참할 수 없었다.

말은 단합대회인데 부장의 ‘훈화말씀’만 이어졌다. 식사 자리에서도, 이어진 술자리에서도 그랬다. 선배들도 ‘네’로 일관했다. 김씨는 짐 나르고, 고기 굽고, 술 따르고, 청소만 하다가 돌아왔다.

김씨는 “이렇게 일 아닌 일을 할 바엔 차라리 주말근무 수당이나 받고 싶다”고 말했다. 노동계를 중심으로 회사가 ‘가욋일’을 시킨다면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참석을 강제하고, 업무의 연장선인 활동이라면 수당을 받을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수당을 받기는 힘들다. 주말 사내행사에 참석해도 수당을 지급한다는 규정이 없는 회사가 대부분이다. 이리저리 눈치 볼 곳도 많다. 김씨는 “수당을 요구하다 ‘튀는 놈’으로 찍히면 회사 생활이 힘들다”고 말했다.

신훈 오주환 기자 zorb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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