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마련 중인 미세먼지 대책 가운데 경유값 인상안이 정치권의 반대로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야 3당은 1일 이구동성으로 경유 가격 인상이 서민 부담을 늘릴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2일 열린 미세먼지 대책 당정협의에서도 새누리당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경유값 인상, 삼겹살 직화구이 규제와 같이 영세 자영업자의 부담을 늘리는 방안을 제외해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미세먼지를 놓고 부처 간 협의에 이어 정치권까지 헛발질이다. 경유 가격 인상이 미세먼지 대책의 전부인양 떠벌리는 것도 정답은 아니지만, 그것을 빼고 미세먼지를 줄이겠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경유차에서 나오는 미세먼지는 양도 적은 편이 아닐 뿐만 아니라 다른 미세먼지에 비해 더 작아 체내 흡착성이 높고, 발암물질을 함유하고 있어 인체에 특히 해롭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수도권의 경우 2013년 PM2.5 전체 발생량의 23.9%가 도로 이동 오염원에서, 21.2%가 경유 엔진을 장착한 건설기계·선박·농기계 등 비도로 이동 오염원에서 나왔다. 도로 이동 오염원이 배출하는 PM2.5도 대부분 경유차의 것이다. 도로이동 오염원의 비중도 그나마 과소평가됐다. 차량 크기, 연료 종류, 차량 연식(노후화 정도), 연간 주행거리 등의 기준에 따라 오염도의 가중치를 달리 부과해보면 경유차가 모든 범주에서 다른 연료를 쓰는 차보다 훨씬 더 많은 미세먼지를 내뿜는다는 걸 알 수 있다.
또한 경유차를 억제함으로써 미세먼지를 잡은 사례가 있다. 서울의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1995년 78㎍/㎥이었으나 2012년 41㎍/㎥까지 거의 절반으로 낮아진 것은 거의 전적으로 경유 시내버스를 CNG(압축천연가스) 버스로 교체한 덕분이다.
초점을 흐리면 안 된다. 경유 가격을 높이는 것은 서민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지우기 위한 것이 아니다. 출퇴근 때 ‘나 홀로 탑승’ 중대형 승용차를 줄이자는 게 목적이다. 이들의 통행량과 대당 평균 주행거리를 줄이면 도심 주행 속도가 높아져 미세먼지뿐만 아니라 다른 오염물질 배출량도 감소한다.
대기가 오염된 곳에서 깨끗한 공기를 공짜로 얻을 수는 없다. 오염자부담원칙은 환경 문제를 푸는 기본 원칙이다. 자영업을 하는 서민은 영업비용을 줄이기 위해 다른 사람의 건강을 해쳐도 되는가. 경유차주가 대부분 서민인 것도 아니다. 최근 5년간 급증한 경유차는 오히려 고가의 SUV다. 경유가를 그대로 두면 경유차 신규수요 증가세를 꺾을 수 없다. 버스나 화물차는 경유에 붙는 세금 일부를 보조금으로 환급받고 있지만 이것도 유예기간을 두고 폐지해가야 한다. 다만 미세먼지 배출량이 평균보다 수십 배 많은 노후경유버스·트럭의 폐차 지원을 늘리고, 영업용 차량의 LPG 차량 전환 지원책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사설] 경유 가격 인상 없이 미세먼지 줄일 수 있겠나
입력 2016-06-02 1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