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는 전통적인 투수왕국이었다. 선발에서 마무리 투수까지 완벽한 마운드를 구축해 지난해까지 정규리그 5연패를 달성했다. 지난 시즌만 해도 강했다. 윤성환(17승)을 필두로 차우찬, 알프레도 피가로(이상 13승), 타일러 클로이드(11승), 장원삼(10승) 등 선발투수 전원이 두 자릿수 승수를 쌓았다. 필승조에는 ‘홀드왕’ 안지만과 ‘구원왕’ 임창용(KIA 타이거즈)이 있었다. 7∼8회까지 리드하면 거의 승리를 잡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올 시즌 삼성 마운드는 완전히 반대다. 초라하기 이를 데 없다. 리드를 잡고 있어도 조마조마하다. 여름에 강해 슬로스타터 이미지를 구축했지만 올해는 다르다. 타선이 되살아날 조짐을 보임에도 마운드의 행보는 여전히 불안하다. 팀 기록을 보면 투수왕국의 이미지는 온데간데없다. 삼성 마운드는 평균자책점(5.53), 피안타율(0.294), 자책점(277점), 피홈런(63개) 등 주요 부문에서 하위권이다.
올해 5승 이상을 거둔 선발투수는 윤성환이 유일하다. 윤성환은 7승1패에 평균자책점 3.53으로 홀로 고군분투 중이다. 외국인 투수 앨런 웹스터는 최근 구위를 회복하며 4승(4패)째를 신고했다. 그러나 평균자책점이 6.09로 높고 볼넷은 44개로 KBO 전체 투수 중 가장 많다.
‘좌완 에이스’ 차우찬은 가래톳 부상으로 5월을 통째로 날렸다. 1일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 49일 만에 복귀했으나 5이닝 7피안타(1홈런) 5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삼성 입장에선 천군만마를 얻었다고 여겼는데 전혀 아니었다. 2승4패를 기록 중인 장원삼도 예년에 비해 아쉬운 모습이다. 허리와 팔꿈치 통증을 호소했던 안지만은 완벽한 구위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삼성에 3패를 떠안긴 콜린 벨레스터는 올 시즌 외국인 선수 퇴출 1호가 됐다. 벨레스터의 자리를 메운 아놀드 레온은 지난달 26일 KIA전에서 데뷔 첫 경기를 치렀다. 구위에서는 나쁘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럼에도 5이닝 동안 12피안타(2피홈런) 8실점으로 부진했다. 설상가상으로 첫 등판 이후 어깨 뭉침을 호소해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레온은 로테이션을 한 번 거르고 다시 1군 마운드에 오를 예정이다.
레온의 ‘땜빵 선발’로 나선 정인욱도 완벽한 모습은 아니었다. 정인욱은 2일 넥센전에 선발 등판해 5⅓이닝 동안 8피안타(3홈런) 3볼넷 5실점을 기록했다. 장단 20안타를 터뜨린 팀 타선의 도움으로 승리를 챙겼다. 삼성은 넥센을 14대 6으로 누르고 시즌 25승(26패)째를 거뒀다. 타선에서는 최형우가 이틀 동안 3홈런을 터뜨리는 등 물오른 타격감을 선보였다. 그러나 마운드의 안정 없이는 상위권 반등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결국 삼성이 야구 명가의 자존심을 되찾으려면 차우찬·장원삼·안지만 등 주축투수들이 살아나야 한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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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6-02 19:09 수정 2016-06-03 0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