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월드비전 ‘밀알의 기적’ 캠페인] 30년 만에 만난 친구, 섬김 초심은 잃지 않았다

입력 2016-06-02 21:02
김정현 동두천 동성교회 목사(오른쪽)와 어호선 월드비전 마케팅부문장(왼쪽)이 최근 라오스 구호사업 현장에서 후원아동인 나오송토르 팍시엥토르 양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연세대 사회사업학과(현 사회복지학과) 81학번 동기 2명이 졸업 30여년 만에 라오스 볼리칸 구호현장에서 만났다. 한 사람은 목회자로, 한 사람은 NGO 고위간부로서다.

김정현 경기도 동두천 동성교회 목사와 어호선 월드비전 마케팅부문장은 1961년 생으로 사회복지학 교수의 꿈을 품고 연세대에 입학했다. 하지만 김 목사는 목회 소명을 받고 장로회신학대 신학대학원에, 어 부문장은 섬김의 실천을 위해 한국선명회(현 월드비전)에 입사했다. 김 목사는 이후 강원도 철원과 서울 등지에서 부목사로 목회하다가 2002년 동성교회에 부임했다. 어 부문장은 모금당당 직원으로 시작해 후원자 관리팀장, 전략기획본부장 등을 거쳐 월드비전의 고위직에 올랐다.

김 목사는 “30여년 만에 호선이를 만나니 마치 어렸을 때 헤어진 친구를 만나는 느낌이 들었다”면서 “특히 호선이가 ‘사랑의 빵’ 저금통을 기획해 200만개 이상 배포하고 500억원 이상의 후원금을 이끌어내는 큰일을 했다니 무척 자랑스러웠다”고 웃었다.

어 부문장도 “정현이가 말씀선포와 전도로 하나님 나라 확장에 헌신하고 있는데 30여년만에 이렇게 어린이를 돕는 현장에 함께 올 수 있어 감개가 무량하다”면서 “한국교회와 월드비전의 파트너십을 정확히 이해하고 함께해준 친구가 고맙다”며 손을 잡았다.

두 사람은 후원아동인 나오송토르 팍시엥토르(11)양을 만나자 마치 손녀를 만난 것처럼 어쩔 줄 몰라 했다. 어 부문장은 “92년 에티오피아 극빈층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에이즈에 감염돼 죽어가는 아버지가 눈을 껌뻑이며 두살배기 아이를 꼭 껴안고 있더라”면서 “왜 그러는가 봤더니 아이가 비에 맞지 않도록, 추위에 떨지 않도록 자신의 체온으로 아이를 보호하는 것이었다. 그걸 보며 ‘내가 너무 잘 먹고, 잘 살아서 미안하다’며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고 회상했다. 그는 “그때부터 평생 아이들을 마음속에 품기로 했다”며 “구호현장에 갈 때마다 내가 왜 이 일을 하는지, 나의 모금 활동이 현장에서 어떤 기적을 일으키는 지 되새기고 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교회의 존재 목적은 사람을 살리는 것이다. 따라서 더 이상 실천 없는 이론, 사랑 없는 설교에 그쳐선 안 된다”며 “이렇게 사람들의 마음을 자연스럽게 얻는 것이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는 첫걸음”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개교회, 교단 차원에서 이런 일을 하기보다 월드비전처럼 역사와 노하우, 전문성을 지닌 NGO와 친구처럼 손을 잡고 섬긴다면 자연스럽게 복음이 전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볼리칸(라오스)=글·사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