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에서 28년 동안 장기 집권한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페르소나(persona·분신)’는 여럿 있다. 초기엔 에릭 칸토나와 로이 킨이 있었다. 이후 데이비드 베컴, 폴 스콜스, 웨인 루니 등이 퍼거슨의 페르소나로 활약했다. 그러나 가장 도드라지는 인물은 역시 라이언 긱스(43·사진)다. 1987년 맨유 유소년 클럽에 입단한 그는 퍼거슨 감독과 함께 맨유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선수들에 대한 칭찬에 인색한 퍼거슨 감독이지만 긱스에 대해서만은 “한결같이 최고의 플레이를 보여 주는 선수”라고 높이 평가했다. 퍼거슨 감독이 떠난 이후엔 수석코치로 맨유와 인연을 이어갔다. 그러나 ‘29년 원클럽맨’은 맨유가 ‘무리뉴 체제’로 전환함에 따라 맨유를 떠날 전망이다.
영국 언론 ‘데일리 메일’은 2일(한국시간) “맨유 수뇌부가 긱스에게 맨유 1군 팀과 2군 팀(21세 이하)의 가교 역할을 제안했다”며 “그러나 1군 팀 코치를 맡고 싶어 하는 것으로 알려진 긱스가 팀을 떠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주제 무리뉴 감독이 맨유 사령탑에 오른 이상 코칭스태프 물갈이는 예고된 수순이었다. 이 상황에서 맨유의 2군 팀을 이끌었던 워렌 조이스 감독이 블랙번 로버스(2부 리그) 사령탑 물망에 올랐다. 맨유 수뇌부는 긱스가 조이스 감독의 역할을 대신할 적임자라고 판단했다.
내심 차기 사령탑을 노렸던 긱스로선 이런 제안이 달가울 리 없다. 1990년 1군에 데뷔한 긱스는 963경기를 소화하며 맨유의 전설로 떠올랐다. 선수 시절부터 한 번도 맨유 유니폼을 벗지 않은 원클럽맨이다. 2013-2014 시즌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 체제에서 플레잉 코치를 맡으며 지도자 수업을 받았으며, 2014년 7월부터 수석코치로 활약해 왔다.
현재 두바이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는 긱스는 조만간 잉글랜드로 건너가 무리뉴 감독과 만나 사임 의사를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긱스는 새로운 팀에서 지도자 생활을 할 계획이다. 맨유의 전설적인 골키퍼 피터 슈마이켈은 최근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맨유에 대해 잘 아는 누군가가 있다면 무리뉴 감독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긱스는 그 임무를 잘 수행할 수 있다”면서도 “사람들은 긱스가 맨유 감독이 되는 것을 보고 싶어 한다. 긱스가 다른 곳에서 감독직에 대해 많은 부분을 경험하고 성공한다면 맨유 감독으로 복귀할 수 있다. 감독직을 위해 맨유를 떠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무리뉴 감독은 오랫동안 자신을 보좌한 후이 파리아 코치와 실비노 라우로 코치, 카를로스 라린 피트니스 코치를 맨유로 데려왔다”며 “긱스는 1군 코칭스태프로 남고 싶어 하지만 그의 자리는 없다”고 전했다. 무리뉴 감독은 파리아 코치를 맨유의 2인자로 지목할 예정이다. 파리아 코치는 포르투, 인터 밀란, 레알 마드리드 등에서 무리뉴 감독을 보좌한 인물이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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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6-02 1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