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염성덕]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입력 2016-06-02 18:58

이태 전에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에 있는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공원을 찾았다. 기념공원에 건립된 한국전 참전 기념관과 기념비, 전사자의 이름을 새겨 넣은 비석들이 이방인을 맞았다. 방문객이 없어 쓸쓸했다.

강원도 춘천에도 에티오피아 참전 기념관과 기념탑이 있다. 이역만리에서 어릴 때 기념탑 주변에서 뛰어놀던 기억이 뇌리를 스쳤다. 춘천시는 1968년 기념탑, 2007년 기념관을 세웠다.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에서 유일하게 지상군을 파견했다. 셀라시에 황제는 1935년 이탈리아의 침공을 받고 국제연맹에 도움을 청했다가 거절당한 쓰라린 경험이 있다. 북한군의 남침 소식을 듣고 15년 전 조국의 국난을 떠올렸을지 모른다. 그는 황실 근위대 중심으로 파병부대 ‘강뉴’를 결성했다. 강뉴는 ‘격파하라’는 뜻이다.

이들은 수많은 전투에서 승리했다. 120여명이 전사했고, 500여명이 부상했다. 하지만 한 명도 포로로 잡히지 않았다고 한다. 아프리카 사자만큼 용맹스러웠다.

근위병은 출신과 실력이 좋고, 진급이 보장됐을 것이다. 그런 이들이 자유와 평화를 위해 이국땅에서 목숨을 초개같이 던졌다. 전쟁이 끝나고 귀국한 이들은 74년 쿠데타로 집권한 공산주의 정권 아래에서 혹독한 고통을 당했다. 강제 전역한 이들도 많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에티오피아를 국빈방문해 참전용사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렸다. 한 참전용사는 “우리의 희생이 값지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고 화답했다. 박 대통령은 참전용사회로부터 셀라시에 황제와 박정희 대통령이 68년 함께 찍은 사진 액자를 선물로 받았다. 감개무량했을 것이다.

참전용사들과 후손이 어렵게 살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민관협의체는 이들에게 생활비와 장학금을 지원하고, 서울 명성교회의 명성기독병원은 참전용사와 가족에게 의료혜택을 주고 있다. 더 많은 관심과 후원이 필요하지 않을까.

염성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