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부희령] 꿈을 잡으려는 꿈

입력 2016-06-02 18:08

앞장서서 걷던 친구가 걸음을 멈춘다. 모서리마다 반짝이는 알전구들로 빙 둘러 장식이 되어 있는 유리창 뒤에서, 금색과 분홍색, 은색과 하늘색으로 알록달록한 빈티지 장난감과 팬시 소품들이 와글와글 뒤섞인 채 사람들의 눈길을 다투며 잡아끄는 가게 앞이다. 저게 뭐지? 친구가 쇼윈도 아래쪽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것들을 가리킨다. 동그란 틀 속에 거미줄 모양 그물이 있고, 틀 아래로 색색의 깃털 몇 가닥이 길게 드리워져 있다.

기억을 더듬어본다. 아메리카 인디언들이 부적처럼 사용했다는 공예품이야. 그물을 쳐서 물고기를 잡듯 잠에서 꿈을 걸러내는 거지. 머리맡에 걸어놓고 자면 꿈속에서 본, 세상에는 없는 장면이나 이야기들을 잠에서 깨어나도 잊어버리지 않고 간직할 수 있다고 해.

나의 설명을 듣고 있던 친구의 얼굴이 환해진다. 이곳저곳에서 눈에 자주 띄던 물건인데, 의미를 알고 보니 하나 갖고 싶다면서 가게로 막 들어가려 한다. 나는 만류한다. 진짜 아메리카 인디언들이 만든 것이어야 믿을 수 있지 않겠느냐면서, 저건 어쩌면 아무데서나 만든 가짜일지도 모른다면서.

그때 뒤늦게 다가온 또 다른 친구가 중얼거린다. 아, 드림캐처?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게 있잖아. 귀신 쫓으려고 장대 끝에 체를 걸어 놓는 거 말이야. 귀신이 체 구멍 하나하나가 모두 눈인 줄 알고, 눈이 몇 개인가 세어보다가 날이 새면 달아난다는 거.

그 말을 듣는 순간, 내가 엉터리 설명을 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드림캐처는 꿈을 잡아 놓으려는 게 아니라 악몽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거구나. 내 기억은 왜 그럴듯한 거짓말을 꾸며냈을까?

엉터리 설명을 먼저 들은 친구는 그래도 꿈을 잡아보고 싶은 미련을 버리지 못한 듯 그 앞을 떠나지 않고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나쁜 꿈을 막는 것보다 꿈을 놓치지 않는 게 더 중요할지도 모르지. 어디서 바람이 불어온 걸까. 어린 새의 꽁지 같은 노란 깃털이 꿈처럼 살짝 흔들린다.

부희령(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