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시진핑 “北， 냉정·절제 유지해야”

이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대표단이 방중 이틀째인 1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면담했다고 중국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시 주석이 북한 고위급 인사와 면담한 것은 2013년 5월 이후 3년여 만이다. 시 주석은 김 위원장의 특사로 중국을 찾은 최룡해 당시 북한군 총정치국장과 만나 북핵 6자회담과 대북제재 완화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시 주석은 북한 대표단에 환영의 뜻을 밝히고 “중국은 북·중 우호협력관계를 고도로 중시한다. 함께 노력해 북·중 관계를 공고히 하고 발전시키길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의 한반도 문제에 대한 입장은 일관되고 명확하다”며 “유관 당사국들이 냉정과 절제를 유지하고 대화와 소통을 강화함으로써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지키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도발 중단을 촉구하는 강력한 메시지다.

이 부위원장은 시 주석에게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메시지를 구두로 전달하고 7차 당 대회 결과를 통보했다. 김 위원장의 메시지는 “조선이 중국 측과 함께 노력해 북·중 간 전통적 우호관계를 강화·발전시키고, 조선반도와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지키길 바란다”는 내용이었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이 부위원장의 이번 방북 목적은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다소 헐거웠던 ‘혈맹’ 중국과의 관계를 재설정하는 데 있다. 당면한 대북 제재 국면을 벗어나기 위해서다. 때문에 이 부위원장은 시 주석에게 김 위원장이 7차 당 대회에서 재천명한 ‘핵·경제 병진노선’에 대한 중국의 이해를 구하고 양국 간 친선 강화 의지를 드러냈을 것으로 관측된다.

시 주석은 동북아 안정을 강조한 발언에서 드러나듯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의 원칙적인 입장을 강조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 상황에서 이 부위원장이 시 주석과의 만남에서 북핵 문제에 대한 진전된 제안을 내놓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북·중 관계가 해빙의 계기를 마련하면서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의 만남 등 고위급 교류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을 가능성은 있다.

우리 정부는 이번 북·중 간 만남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북·중 관계가 난항을 겪은 것은 결국 비핵화에 대한 입장 차이 때문인데 현재로선 중국이 이전과 달라질 요인을 발견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부위원장이 중국에서도 핵·경제 병진 노선의 항구적 추진을 강조했다는 것 자체가 북한의 전향적 제안이나 이를 통한 중국의 태도 변화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건희 기자,베이징=맹경환 특파원moderat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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