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국회의장직 사수를 공식화했다. 제2당이어도 여당이라는 논리다. 여기에는 집권 후반기 ‘거야(巨野)’를 상대로 안정적 국정운영을 하려면 불가피하다는 현실적인 이유와 원(院) 구성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 모두 담겨 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1일 국회에서 원내대표단과 원 구성 협상 대책을 논의한 뒤 기자들과 만나 “국회의장은 제1당이 아니고 여당이 하는 것이 오랫동안 (관행으로) 확립됐다”며 “(16대 국회 후반기) 박관용 국회의장 때 한 번만 야당이 맡았고 나머지는 여당이 국회의장을 맡았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당초 총선 이후 여소야대 민의를 반영해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의장을 맡고 새누리당은 법제사법위원회, 운영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 주요 상임위원장 자리를 챙겨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다. 그러나 지난 30일 의원총회를 기점으로 당내에서 국회의장 자리를 지켜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
여기에는 최근 논란을 일으킨 국회법 개정안 처리가 결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회법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 확인됐듯 국회의장의 심사기일 지정 권한은 막강하기 때문이다. 국회의장은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세입에 근거가 되는 법안들을 예산부수법안으로 정하는 권한도 있다. 담뱃세 인상 때처럼 야당 출신 국회의장이 법인세 인상안을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하면 여야 합의 없이도 본회의에 자동부의되고, 표결로 통과된다.
정갑윤 의원은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통과된) 국회법 개정안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정도로 운영의 매끄러움이 없었다”며 “야당 출신이 (국회의장을) 한다고 하면 박근혜정부 잔여 임기는 식물국회 안에 식물정부로 전락할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야당이 법사위·운영위·예결위 등 알짜배기 상임위를 요구하면서 동시에 ‘국회의장 자율투표’ 강공까지 펼치자 이를 무마시키기 위한 목적도 있다. 야당이 국회의장 자리를 여당에 ‘양보’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상임위원장 협상에서 반대로 여당의 ‘양보’를 구하는 프레임을 깨기 위한 전략이라는 뜻이다.
최근 당내 일각에서 탈당 무소속 의원을 복당시켜 1당 지위를 회복한 뒤 원 구성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최근 ‘협공모드’를 강화해 새누리당에 압박을 가하자 당내에서는 조기 복당 필요성을 제기하는 의원들이 늘고 있다.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새누리당에 (무소속 의원) 복당이 되더라도 여소야대 상황에서는 야당이 의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정 원내대표는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서 복당시킨다는 발상은 전혀 없다”고 했다. 민경욱 원내대변인은 “(야당이) 갑자기 7일에 국회의장을 자유표결에 붙이겠다면서 합의를 깼다. 꼼수를 공개 사과하고 (야당 간) 합의 내용을 백지화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정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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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정부’ 전락 우려… “의장은 여당 몫” 목소리
입력 2016-06-02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