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총선 이후 공개 활동을 자제했던 여권의 두 잠룡이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새누리당 김무성(왼쪽 사진) 전 대표는 동료 의원들과의 ‘스킨십’을 넓히고 나섰고, 무소속 유승민(오른쪽) 의원은 특강에 이어 온라인 소통을 재개하며 목소리를 키웠다.
김 전 대표는 31일 오후 서울 강서구 한 음식점에서 서울 지역 일부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과 만나 “당 대표를 하면서 박근혜 대통령과 제대로 얘기를 나누지 못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석자는 “박 대통령과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지 못해서 (당청 간) 소통이 잘 안 됐다는 뜻으로 김 전 대표가 그렇게 말했다”고 했다. 김 전 대표는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 임명 자체가 잘못됐다고도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 안팎에선 총선 참패 이후 “다 내 책임”이라며 자숙했던 김 전 대표가 만찬 회동 등을 통해 정치 행보를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한 측근은 1일 “김 전 대표가 당 대표로서 어려웠던 부분을 얘기한 것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다른 의원도 “오랜만에 식사를 한 번 같이하자고 해서 모인 것”이라고 했다.
이날 모임에는 이종구 정양석 박인숙 의원 등이 참석했다. 김 전 대표 비서실장이던 김학용 의원과 김성태 의원 등 측근들도 함께했다.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공천 탈락 후 무소속으로 당선된 유 의원은 전날 성균관대 특강에 이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을 재개했다. 유 의원은 페이스북에 “너무 오랜만입니다. 그동안 인사 못 드려 미안합니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또 자신의 공천 탈락과 총선 전후로 정점을 쳤던 계파 갈등을 염두에 둔 듯 “지난 몇 달간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고 했다. “사실 자주 인사드리고 싶었는데 많이 아쉬웠다”고도 했다. 유 의원이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건 지난 2월 1일 이후 처음이다.
전날 특강에 대해선 “늘 주장해오던 따뜻한 보수, 정의로운 보수, 헌법가치를 말했다”며 “공화주의 철학에 기초한 보수혁명을 해야 희망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1시간44분 분량의 특강 동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방한 이후 여권의 차기 대선 후보들의 발걸음이 빨라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김 전 대표로선 총선 이후 급락한 지지율을 다시 회복하기 위한 ‘반전 카드’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유 의원은 여전히 “복당을 허용해선 안 된다”는 친박(친박근혜) 주류의 여론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관련기사보기]
☞
☞
반기문 등장 후 빨라진 여권 두 잠룡의 행보
입력 2016-06-02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