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후폭풍 만만찮은 ‘통합 삼성물산’

입력 2016-06-02 04:02

법원이 삼성물산 합병 전 주식 매수 청구가격 산정에 잘못이 있다고 판단하면서 합병을 둘러싼 논란의 불씨가 되살아났다. 삼성물산이 재항고 방침을 밝히는 등 반발하고 있지만 진행 중인 합병 무효 소송 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통합 삼성물산 출범 후 실적 부진, 공사 취소로 인한 주가 하락에 이어 합병을 둘러싼 문제까지 더해지게 됐다.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은 1일 서울고법이 삼성물산 합병 시 주식 매수 청구가격이 낮다고 결정한 것과 관련해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최 사장은 이날 그룹 수요사장단 회의 참석 전 기자들과 만나 “1·2심 결과가 다르지 않냐”며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당시 주식 매수 청구가격이 낮다고 했던 엘리엇의 주장이 옳았던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당시 제일모직 사장으로 있었던 윤주화 사회공헌위원회 사장도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재판 결과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다.

삼성 측은 합병 과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번 결정으로 한동안 잠잠했던 합병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지게 됐다. 일성신약 외 4명이 지난 2월 제기해 1심이 진행 중인 합병 무효 소송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이 쏠린다. 서울고법은 “삼성물산의 실적 부진이 이건희 회장 등의 이익을 위해 누군가에 의해 의도됐을 수도 있다는 의심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동부증권은 “현금 유출에 대한 우려는 크지 않지만 대법원이 2심 결정을 유지할 경우 합병 무효 소송에 대한 리스크가 부각될 수 있어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삼성물산 측은 “합병 가액 및 비율을 정하는 기준은 주식매수청구권 가격 기준과 달라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삼성물산 입장에선 합병 후 실적 악화 등으로 주가가 부진한 상황에서 고민거리가 추가됐다고 볼 수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 4월 27일 발표된 1분기 실적에서 434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해외 부문에서의 악재도 겹쳐 지난 18일에는 7934억원 규모의 카타르 도하 메트로 프로젝트 계약을 해지했다고 공시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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