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화극 1위 지켜낸 ‘박신양 원맨쇼’

입력 2016-06-02 19:14
드라마 ‘동네 변호사 조들호’ 캡처 화면 모음. KBS 제공

‘권선징악’이라는 게 과연 뻔한 결말인 것일까. 요즘 시청자들은 열린 결말이나 비장한 끝보다 권선징악의 마무리에 열광한다. 현실에서는 숱하게 실패하는 권선징악을 드라마에서만큼은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이다.

KBS 드라마 ‘동네 변호사 조들호’의 끝도 그랬다. 지난달 31일 20회로 종영한 이 드라마는 부패한 검사 신영일(김갑수)과 갑의 전횡을 보여줬던 정회장(정원중)의 몰락을 보여주면서 속 시원한 결말을 선사했다. 시청률 17.3%(닐슨코리아 집계)로 월화드라마 1위 자리를 끝까지 지켜냈다.

‘동네 변호사 조들호’는 상가 권리금 문제, 아동 학대, 하도급 문제와 대기업의 횡포, 내부 고발자가 겪는 고충 등 우리 사회에 만연한 문제들을 폭넓게 다뤘다. 현실은 답답하지만 조들호는 화끈하게 문제를 해결해내며 시청자들에게 대리만족을 안겼다.

이런 결말에 위화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었던 데는 조들호를 연기한 박신양의 공이 컸다. 동명 웹툰이 원작인 이 드라마는 초반부터 ‘원작만 못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럼에도 혼신의 힘을 쏟은 박신양의 연기가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원작보다 치밀하지 못했지만 박신양의 연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새 극에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박신양은 조들호와 100%의 싱크로율을 보여줬다. 승승장구하던 검사, 검사 옷을 벗으면서 노숙자로 전락했던 모습, 이후 기상천외한 방법을 동원해 소시민들을 위한 변론을 펼치는 변호사까지 다채로운 캐릭터를 완벽하게 연기해냈다.

드라마 속 조들호의 명대사도 공감을 자아냈다.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침묵하고 있다. 침묵하고 있는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호소하고 싶다. 침묵은 세상을 바꾸지 못 한다.” “언젠가는 사람도 세상도 변할 수 있다는 희망. 그것이 내가 동네 변호사로 살아가는 이유다.”

빠듯한 촬영에 연장 논란까지 겪으며 박신양은 꽤나 지쳤던 것 같다. 박신양은 “길이 정해져 있지 않았던 마라톤을 끝낸 기분”이라며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쳤지만 무사히 마치게 돼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의미와 재미가 있는 드라마를 만들려고 많은 이들이 함께 최선을 다했고, 드디어 결승점을 통과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