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죽을 것 같은데 감독이 컷을 안 하는 거예요. ‘배우의 죽음 따위는 신경 안 쓴다. 명장면이 필요할 뿐이다’라는 건가요? 이렇게 힘든 액션은 처음인데 그래도 작품이 잘 나와서 기분이 좋아요.”
1일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김명민(44)은 “이 얘기 꼭 좀 들어 달라”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16일 개봉되는 영화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포스터)에서 돈밖에 모르는 변호사 사무장 최필재 역을 맡은 그는 액션 장면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권종관 감독이 징글징글하다”고 털어놨다.
“사실 액션이 많은 영화는 아니에요. 짧고 굵게 가는 거였는데 청부살인업자가 제 목을 밧줄로 당기는 장면에서 숨을 쉬지 못하고 하마터면 죽을 뻔 했어요. 목욕탕에서 싸우는 장면에서도 물 좀 먹었죠. 물 안에서 치고받는 게 정말 힘들더라고요.”
그가 연기한 최필재는 동료 형사의 음모로 잘린 경찰 출신 변호사 사무장이다. 복수심으로 불타는 그에게 사형수의 편지가 온다. 대해제철 며느리 살인사건의 범인이 억울하다고 보내온 편지다. 이 사건 담당자가 자신에게 배신을 때린 형사여서 추적에 나선다. 그 과정에서 자신밖에 모르고 ‘갑질’하는 재벌 마님(김영애)과 맞닥뜨리게 된다.
영화는 스피드 있게 전개되고 경쾌하면서 간간이 웃음코드도 넣었다.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는 다소 칙칙하고 어두운 측면이 많았어요. 다 찍고 나서 편집한 걸 보니까 완전히 달라져 있더라고요. 그게 감독의 솜씨겠죠.”
안하무인 재벌이 등장하고 결국에는 정의가 승리한다는 점에서 ‘베테랑’이나 ‘내부자들’과 공통분모가 있다. 그는 “선과 악의 구도나 강자와 약자의 대결이 아니다. 처음부터 정의를 구현하겠다고 하지도 않는다. 복수심에 불타고 돈만 밝히는 다혈질 인간이 억울한 사형수를 돕게 되는 사연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게 차이점”이라고 설명했다.
‘곡성’에서 곽도원의 딸로 열연을 펼친 김환희 못지않게 사형수(김상호)의 딸 역을 맡은 김향기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향기는 심성이 너무 착하고 순수한 아이에요. 거짓말을 못해요. 아빠에 대한 감정 연기를 할 때도 진짜 아빠를 그리워하듯이 자연스럽게 하는 걸 보고 놀랐어요.”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육룡이 나르샤’ 등에서 지적인 캐릭터를 보여주다 수시로 욱하고 성질내는 배역을 맡은 것에 대해 그는 “액션이든 뭐든 한 가지만 고집하면 다른 스타일은 하기 어려울 것 같아 간간이 섞어서 하려고 한다. 이번에 코에 반창고 붙이고 웃기게 나온다고 해서 절대 코미디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흥행에 대해 그는 “모든 세대가 좋아할 만한 작품이어서 기대는 된다”며 “관객 반응은 두고 봐야 하겠지만 영화적으로 자신감은 있다”고 말했다.
드라마와 영화 스케줄이 꽉 차 있다는 그는 “연기하듯 티 나게 연기해서는 안 되겠지만 또 너무 연기 같지 않게 연기해서도 안 된다. 참 어려운 게 연기다. 연기의 신이 될 때까지 연습하는 길밖에 없다”며 각오를 다졌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인터뷰] 영화 ‘특별수사:사형수의 편지’ 배우 김명민 “찍을 땐 징글징글 작품 잘 나와 기분 좋아졌다”
입력 2016-06-02 1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