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마침내 ‘남중국해 방공식별구역(ADIZ)’ 카드를 꺼냈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정부가 3년 전 동중국해에 이어 영유권 분쟁이 고조되고 미군의 개입도 갈수록 강해지는 남중국해 상공에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1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중국 인민해방군에 가까운 복수의 소식통과 군사 보고서를 인용했다. 중국 측이 ‘작정하고’ 방공식별구역 설치 계획을 언론에 흘린 것으로 보인다. 이는 중국 정부의 기존 입장과 크게 달라진 것이다. 2014년 2월 1일 “중국이 남중국해 상공에 방공식별구역 선포할 예정”이라는 기사를 일본 언론이 보도하자 중국 외교부는 강하게 부인했었다.
방공식별구역을 언제 설치할지는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구역의 범위와 구체적 실행 방안을 모두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한 소식통은 SCMP에 “시기는 정치적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기존 입장을 바꾼 가장 큰 이유는 ‘항행의 자유’ 원칙을 앞세운 미국의 군사적 압력 때문이다. 다른 소식통은 “만일 미군이 중국의 남중국해 주권에 맞서는 도발행동을 계속하면 중국에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할 좋은 명분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군의 군사적 압력이 점점 커지자 경고 내지 대항카드로 중국이 방공식별구역 선포 계획을 들고 나왔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시점도 주시할 만하다. 3일부터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2016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는 남중국해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 회의에는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도 참석한다. 베이징에서는 오는 6일부터 제8차 미·중 전략경제대화도 열린다.
중국이 실제 방공식별구역 설정을 강행할 경우 베트남, 필리핀이 이미 선포한 배타적경제수역(EEZ)과도 겹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국가는 거세게 반발할 것이 확실하다.
미국은 지난 2월 중국에 “남중국해 상공에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중국이 방공구역을 선포하더라도 강제로 실행할 방안도 마땅치 않다. 이런 어려움을 뚫고 중국이 계획을 실행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배병우 선임기자 bwbae@kmib.co.kr
[월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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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국해 갈등… 中, 방공식별구역 카드 꺼낸다
입력 2016-06-02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