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퍼트 “자동차 좌석 규제는 한국뿐”… 정권교체기 美 , 對韓 통상압력 포문

입력 2016-06-02 00:52 수정 2016-06-02 04:00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1일 세계경제연구원 포럼이 열린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한국정부의 규제와 공무원 행태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강연을 먼저 요청한 리퍼트 대사는 “한국의 규제가 자유무역 환경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면서 법률시장 개방, 자동차·전산 관련 규제 철폐 등을 구체적으로 요구했다.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미국이 한국에서 점차 통상 압박을 높여가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뉴시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우리 정부의 규제 완화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법률시장 개방 등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완전한 이행도 재촉했다. 미국이 11월 대선으로 정권교체기가 다가오면서 한국에서 통상 압박을 가하는 상황이다. 미 재무장관으로 10년 만에 2일 방한하는 제이컵 잭 루 장관이 한·미 재무장관 회담에서 어떤 요구를 추가할지도 주목된다.

리퍼트 대사는 1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서 열린 세계경제연구원 주최 조찬 강연에서 “자동차 좌석 넓이를 정한다거나 컴퓨터 데이터를 위한 별도 서버를 마련하라고 요구하는 나라는 한국뿐”이라고 말했다. 한국에만 존재하는 규제의 비효율성을 한탄하며 내놓은 사례다.

리퍼트 대사는 “여전히 한국은 사업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했다. 어렵게 하는 핵심은 정부의 규제이며, 담당자가 바뀌면 규제 역시 변경돼 시장 왜곡과 불확실성을 높인다고 한국 공무원들까지 비판했다. 외교관 연설로는 이례적이다. 조찬 강연도 미 대사관에서 먼저 하겠다는 의사를 알려왔다고 연구원 측은 밝혔다. 강연장에는 송인창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자유무역협정교섭관, 천준호 외교부 양자경제외교국장 등 통상관료들이 참석해 경청했다.

리퍼트 대사는 한·미 FTA의 완전한 이행도 강조했다. 이를 위해 법률시장 개방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다만 이를 로스쿨을 졸업하고도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변호사 취업 문제로 우회해 설명했다. 리퍼트 대사는 “법률시장이 개방되면 법률 서비스 수준이 높아진다”며 “한국 변호사 일자리와 소비자 선택 기회가 늘어나며 법률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업의 수임료는 줄어든다”고 했다.

한국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적극 참여도 촉구했다. 리퍼트 대사는 그러면서 “한국의 TPP 가입이 자동은 아니며, 무역·환경·노동 분야에서 (규제 완화 등) 새 약속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퍼트 대사의 미국발 규제 완화 요구는 미 재무장관의 방한에 하루 앞서 나온 것이다. 버락 오바마 1기 백악관 비서실장을 역임한 바 있는 루 재무장관은 2일부터 2박3일간 방한다. 3일 오후 유일호 경제부총리와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미 재무장관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미 재무장관이 한국에 들어와 양자회담을 하는 건 2007년 헨리 폴슨 전 재무장관 이후 10년 만이다.

통상 현안인 TTP 가입 의견 조율은 물론 한국의 대미 경상수지 문제가 논의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한국이 이란과 교역 때 달러화 결제를 허용하는 문제를 논의하기 원한다. 이번 회담이 지난 4월 미 재무부가 한국을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한 이후 열린다는 점에서 외환 관련 압박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루 장관의 이번 방한은 6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제8차 미·중 전략경제대화 참석에 앞서 진행된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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