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곡성’ 활용 곡성군 홍보해온 공무원 ‘날벼락’

입력 2016-06-01 17:34 수정 2016-06-01 21:36
전남 곡성군청 홍보담당 양모(39) 주무관. 2008년 공직에 입문한 그는 2014년 7월부터 홍보업무를 담당했다. 최근 영화 ‘곡성(哭聲)’의 인기로 그의 일과는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전국에서 몰려드는 관광객들에게 곡성을 알리기 위해서다. 곡성군을 제대로 알려야겠다며 폭염에도 축제장을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매일 밤늦은 퇴근길에도 그는 만삭의 부인(34)과 아들(6)만 생각하면 힘이 저절로 났다. 지난 31일도 마찬가지였다. 버스승강장으로 마중 나온 임신 8개월의 부인과 아들의 손을 잡고 환하게 웃으며 귀가하는 중이었다. 그런 공무원 가장의 꿈은 20대 ‘공시생’의 안타까운 선택에 송두리째 날아갔다. 오후 9시50분쯤 대학생 유모(25)씨가 투신자살하며 양씨의 머리위로 떨어진 것이다. 광주시 북구 오치동 K아파트 101동 출입구로 들어서던 양씨는 투신한 유씨를 피할 겨를이 없어 곧장 바닥에 깔렸다. 유씨는 현장에서 숨졌고 양씨도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1일 새벽 끝내 숨을 거뒀다.

부인과 아들은 양씨의 손을 잡고 걷다가 아파트 출입구 근처에서 몇 걸음 떨어져 뒤따른 덕분에 간신히 화를 면했다.

곡성군 관계자는 “고인은 누구보다 성실한 공무원으로 맡은 업무에 빈틈이 없었다”며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에 안타깝고 참담하다”고 말했다. 양씨는 공직에 몸담은 지 8년여밖에 안 돼 불의의 사고로 숨지고도 연금 수급 대상자가 아니다. 곡성군은 이를 고려해 양씨의 순직을 신청할 방침이다.

양씨를 덮친 유씨는 내년 2월 졸업을 앞두고 그동안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인근 아파트에 사는 유씨가 아파트 20층 복도에서 술을 마시다가 병을 먼저 던진 후 투신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유씨가 20층 복도에 남긴 가방 속에는 “공무원 시험 준비가 외롭고 힘들다. 주변 시선을 의식해 공무원 시험을 본다. 사회적 열등감에 시달리고 있다”는 A4용지 2장 분량의 편지가 담겨 있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사회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