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이 자구계획을 확정하면서 대우조선해양을 포함한 이른바 조선업 빅3의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자구계획 내용에 대해선 조선사들은 물론 주채권은행들도 함구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지난 주말 본점 임원이 직접 현대중공업 본사를 찾아가 자구안을 받아들고 왔고, 내용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각서까지 썼다고 한다. 현대중공업과 거래 관계에 있는 금융사 관계자는 1일 “주채권은행에서도 담당 임원만 알고 있고 해당 지점에도 알리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현대중공업에서도 담당 부장을 건너뛰고 임원이 직접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이처럼 함구하는 이유는 인력 감축과 계열사 매각 등 노동조합의 즉각적인 반발을 불러올 수 있는 민감한 내용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 계열사인 하이투자증권 노조가 소속된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는 2일 오전 서울 명동 KEB하나은행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밀실·졸속 합의’라고 규탄할 계획이다. 사무금융노조는 “올해 초 현대중공업이 하이투자증권을 계열사로 편입시키면서 그룹 위상에 걸맞은 금융그룹으로 키우겠다고 약속했는데 반년 만에 매각하려 한다”며 “알짜 우량 금융계열사를 매각하는 것은 졸속 방식으로 헐값에 이뤄질 수밖에 없고 장차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을 무너뜨리는 방식으로 나갈 것이 자명하다”고 비난했다.
현대중공업은 전지전자시스템, 건설장비, 그린에너지 등 비조선 부문의 분사 및 지부 매각을 검토하고 있고 호텔사업 철수, 투자 목적으로 보유 중인 유가증권 매각, 울산 현대백화점 앞 부지 및 울산 조선소 기숙사 처분 등 내용을 자구계획에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구안이 성공적으로 실행되면 8조원이 넘는 차입금이 6조원대로 줄어들고 부채비율은 100% 이하로 낮아진다.
조선업계 구조조정은 조선 3사의 특성화 전략과 생산감축 방안에 달려 있다. 정부 관계자는 “3대 조선사에 대한 채권단의 자구안 승인과 현장검증 등이 마무리되면 외국계 회계법인에 컨설팅을 맡기게 될 것”이라며 “8월까지 밑그림이 나오면 이를 바탕으로 업계 자율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조선업 구조조정의 관건은 사실 대우조선이다. 부실이 가장 심각한 대우조선해양은 사업 부문을 분리해 수익성이 있는 방위산업을 매각하고 나머지는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사실상의 청산 방안과 빅3 공동 생존을 추구하는 방안 등 2가지 방향을 놓고 채권단이 고심하고 있다.
실사와 컨설팅 결과 조선업계의 부실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면 금융권에도 파장이 미칠 수 있다. 신한은행은 전날 대우조선 여신을 요주의 등급으로 낮췄다. 대우조선에 약 2800억원을 대출한 신한은행은 200억∼530억원의 추가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은행들이 충당금 적립에 몰두하면 중소기업의 대출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김지방 우성규 기자
fatty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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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重 자구안 승인 안팎] 노조, 인력 감축·계열사 매각 등 반발 우려
입력 2016-06-01 18:23 수정 2016-06-01 2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