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강원도 춘천 송암스포츠타운 야구장 인근 주변 바닥에 잿빛 날개가 달린 수만 마리의 나방이 죽어 있었다. 마치 갈색 낙엽이 수북이 쌓여 있는 듯했다. 야구장 조명 앞 20여m 구간의 인도는 나방을 밟지 않고는 전혀 걸을 수 없을 정도였다.
춘천도시공사 직원 황예석(39)씨는 “전날에도 바닥에 쌓인 수십만 마리의 나방을 치웠는데 아침에 와보니 전날과 같은 양의 나방이 죽어있었다”며 “아무리 치워도 끊임없이 쌓이는 나방 때문에 죽을 맛”이라고 말했다.
같은 시간 한림대와 강원대 운동장 조명 아래도 죽은 나방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여학생들은 살아있는 나방을 보고 기겁을 하거나, 죽은 나방을 피해 조심스럽게 걸어 다녔다.
춘천시에는 지난 27일부터 도심에 출몰하는 나방을 잡아달라는 민원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이 벌레는 ‘연노랑뒷날개’라는 이름의 나방으로 산간지역에 주로 살며 성충의 경우 보통 6∼7월 사이에 나타난다. 야행성인 나방들은 낮에는 그늘에 새까맣게 모여 있다가 야간에는 가로등이나 경기장 조명, 불이 켜진 상가 등에 몰려들면서 시민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있다.
춘천시 관계자는 “최근 나방 떼가 대거 발견돼 나방을 퇴치해 달라는 민원전화가 잇따라 긴급방제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때 이른 무더위로 인해 전국 각지에서 곤충으로 인한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강원도 원주 복개천과 강릉 남대천 등 도심의 하천을 중심으로 깔따구와 하루살이 떼가 기승을 부리는 등 주민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고랭지 밭이 많은 강원도 평창 대관령과 정선 등지에서는 감자의 생육에 지장을 주는 진딧물이 예년보다 한 달 가량 빨리 발생해 농민들이 긴장하고 있다.
충북 영동지역에도 예년보다 1주일 정도 일찍 갈색여치가 출현해 농민들이 방제작업에 나섰다. 영동군농업기술센터 등에 따르면 최근 영동읍 비탄·산이리 일대 야산 인근에 위치한 복숭아밭에서 갈색여치가 나타나 과실을 갉아먹는 피해를 주고 있다.
영동지역에는 2006년과 2007년 수만 마리의 갈색여치 떼가 출현해 20여㏊의 과수와 채소에 큰 피해를 입혔다. 이 때문에 군은 매년 1억원의 방제예산을 편성해 피해 예상지역에 살충제와 접착제(끈끈이트랩) 등을 지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때 이른 더위 때문에 해충이 급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은 전국의 낮 최고기온이 30도 이상 올라가는 등 기상관측을 시작한 뒤 ‘가장 더운 5월’로 기록됐다.
강원도농업기술원 정태성 연구사는 “곤충은 건조하고 따뜻한 환경이 조성되면 애벌레에서 성충이 되고, 알을 낳는 주기가 빨라진다”며 “최근 비가 많이 내리지 않았고 무더운 날씨가 지속돼 해충이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춘천=글·사진 서승진 기자, 전국종합 sjseo@kmib.co.kr
[사회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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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이른 더위에… 때 아닌 ‘곤충습격’ 피해 속출
입력 2016-06-01 17:31 수정 2016-06-01 2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