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 vs ‘무개념’… 불통이 경쟁력 좀먹는다

입력 2016-06-02 04:06

중견 건설업체에서 일하는 대리 A씨(32·여)는 상사의 눈을 피해 업무시간에 동료와 메신저로 잡담을 나누고 인터넷 서핑을 한다. 업무 마감은 자연스레 늦어지고, 야근은 생활화돼 있다. A씨는 “어차피 상사가 제시간에 퇴근하지 않으니 먼저 갈 수도 없고, 업무시간에 일을 설렁설렁하게 된다”고 말했다. A씨에게는 야근을 성실의 척도라 믿는 상사가 ‘꼰대’로 느껴진다.

상사도 할 말은 있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임원 B씨(51)는 직원들이 올리는 보고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B씨는 “보고서만 봐도 최선을 다했는지 알 수 있다. 개인주의적 성향도 강해서 일은 대충하면서 결혼기념일은 꼭 챙기는 모습이 얄밉다”고 했다.

한국 기업들의 조직문화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맥킨지 한국사무소 최원식 대표는 1일 대한상공회의소 주최로 서울 중구 대한상의 회의실에서 열린 ‘기업문화와 기업경쟁력 콘퍼런스’에서 한국 기업의 조직건강도가 55점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이는 글로벌 기업과 비교했을 때 최하 수준(하위 25% 집단)이다. 조사는 30개 대기업과 69개 중견기업에서 일하는 임직원 3만9983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응답자 대부분은 불필요한 야근(69%)과 회의(61%), 형식적 보고(59%)가 많다고 응답했다. 김 대표는 “권위를 통한 업무추진 리더십은 필요 이상으로 강조되고 있는 반면 결과에 따른 성과관리나 건전한 내부경쟁은 취약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A씨와 B씨처럼 같은 직장에서 일하는 상사와 일반직원 간 인식 차도 뚜렷했다. 경영진은 소속된 기업의 방향성이나 리더십 문화·분위기 등 대부분의 조직문화가 최상 수준이라고 보고 있었다. 반면 일반직원들은 대부분의 조직문화 평가항목에 대해 최하 또는 중하 수준이라고 응답했다. 김 대표는 기업 내 세대 간 소통을 위해 ‘낀 세대’인 팀장급의 적극적인 조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서울대 이정동 교수는 성찰 없이 선진국 따라잡기에 ‘올인’해온 국내 기업의 관행화된 업무방식과 과감한 결별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 교수는 “시장에 없는 신산업을 선점하려면 그에 맞는 새로운 개념설계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시행착오의 축적이 필요하고, 실패를 비용이 아닌 자산으로 인식할 수 있는 조직문화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콘퍼런스에서는 SKT와 유한킴벌리, 구글코리아가 기업문화 선진화를 통한 경쟁력 개선사례로 꼽혔다. SKT 김태헌 기업문화팀장은 “통신회사에서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하기 위해 3∼4인으로 스타트업 캠프를 구성하고 자율권을 부여한 뒤 성과에 대해 과감한 보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한킴벌리는 따로 정해진 자리가 없는 스마트오피스와 스마트워크센터를 구축했다. 임직원들은 필요에 따라 집중업무공간·협업공간 등으로 나눠진 다양한 공간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그 결과 직무몰입도는 76%에서 87%로 상승했다. 일과 삶의 만족도, 소통지수도 함께 올랐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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