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조영선(43)씨는 6월 4일부터 6일까지 가족과 함께 연휴를 어떻게 보낼까 궁리하다 미술관에서 2박3일을 지내기로 했답니다. 미술 관람은 1시간 남짓이면 충분하고 먹고 자는 게 문제일 텐데 2박3일을 미술관에서 어떻게 지내느냐고요? 체험시설에 숙소까지 갖춘 전원 미술관이 속속 생겨나 그곳으로 여행을 떠나기로 한 거죠. 그림도 보고 자연도 구경하는 일석이조의 ‘아트 투어’를 즐기겠다는 계획이랍니다. 복잡한 도시를 벗어나 공기 좋고 경치 좋은 전원 미술관에서 휴식과 힐링을 만끽하는 건 어떻습니까. 전국의 대표적인 전원 미술관 4곳을 소개합니다.
◇호텔형 춘천 이상원미술관=강원도 춘천시 사북면 화악지암길에 위치한 이상원미술관은 2014년 10월 개관했습니다. 극장의 영화 간판 그림으로 유명한 이상원 화백의 개인미술관으로 6월 26일까지 ‘심연으로부터’라는 제목의 기획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동그란 모양의 유리로 지어진 외관이 눈길을 끕니다. 미술관 뒤쪽 화악산 자락의 풍경은 그 자체가 한 폭의 그림이지요. 여름에는 시냇물이 흘러 아이들이 물놀이도 할 수 있게 조성됐습니다.
이곳에는 작품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금속, 유리, 도예 등 다양한 체험공방을 갖추고 있습니다. 캔들 볼, 유리컵, 금속 벽시계, 비즈 팔찌, 실버 목걸이 등을 만들어 가족이나 친구에게 선물하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되겠지요. 호텔 스타일의 뮤지엄 게스트하우스에는 2∼4인실 룸 20개를 갖추고 있습니다. 차와 식사를 할 수 있게 카페와 레스토랑도 겸비하고 있고요. 미술관 입장료는 청소년 4000원, 어른 6000원입니다(033-255-9001).
◇펜션형 제주 봄미술관=제주도 서귀포시 영천동 검은여로에 위치한 제주 봄미술관은 바다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문화공간이랍니다. 서울 하늘공원에 작품이 놓여 있는 철 조각가 박충흠 작가가 지난해 개관한 미술관으로 펜션형 숙소와 전시장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객실은 전망 좋은 섶섬, 문섬, 범섬, 새섬, 형제섬, 복층 등이 있고 객실 로비에는 카페가 있습니다. 앞마당에 자라고 있는 귤나무와 서귀포 바다를 보면서 휴식을 취하기에 좋습니다.
봄미술관에는 두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전시장 입구에는 철 조각을 원추 모양이나 삼각형으로 이어 붙인 다음 빛이 들어오게 만든 박충흠 작가의 작품이 관람객을 맞이합니다. 안쪽 공간에는 수묵 작업을 하는 김호득 작가의 한지 설치작품이 바닥의 물과 함께 묘한 대조를 이룹니다. 고요한 명상의 시간을 갖게 하는 작품입니다. 미술관 주변 돌담길을 호젓하게 걷는 것도 즐거운 추억을 남길 겁니다. 전시 관람료는 무료입니다(064-732-6500).
◇한옥형 완주 오스갤러리=전북 완주군 소양면 대흥리 송광수만로에 있는 오스갤러리에는 산악사진가 이윤승의 개인전이 6월 27일까지 열립니다. 40년간 전국의 유명한 산을 돌며 자연의 순수한 아름다움을 촬영한 작품 40여점을 선보입니다. 앞에는 호수가 있고 뒤에는 산이 있는 오스갤러리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작품들입니다. 작품을 감상한 뒤 창밖 호수가 보이는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것도 유익한 시간이 되겠죠. 전시 관람료는 무료입니다.
갤러리에서 1㎞쯤 떨어진 곳에 경북 안동의 고택을 옮겨와 리모델링한 한옥 ‘아원(雅園)’이 있습니다. 숙소는 천지인(만휴당), 사랑채(연하당), 안채(설화당)가 있고 차를 마시는 공간으로 별채를 두었습니다. 회사 단위의 세미나를 이곳에서 여는 경우도 있고 가족 단위로 한옥체험을 오는 관람객이 줄을 잇는다고 합니다. 영화배우 송강호가 ‘관상’ 대본을 외우기 위해 한 달가량 머물다가 간 적도 있다죠. 하룻밤 자고 나면 몸과 마음이 경쾌해지는 걸 느끼게 될 겁니다(063-244-7116).
◇콘도형 원주 뮤지엄 산=강원도 원주시 지정면 한솔 오크밸리에 위치한 뮤지엄 산은 물, 돌, 바람을 활용한 건축물로 유명한 안도 다다오의 설계로 2013년 5월 개관했습니다. 미술관 입구의 패랭이꽃밭을 지나 플라워 가든, 워터 가든, 스톤 가든으로 이어지는 700m의 코스가 예술적이죠. 미술관에는 ‘자연, 그 안에 있다’라는 타이틀의 기획전이 8월 21일까지 열리고, ‘한국미술의 산책1: 서양화’라는 제목의 상설전도 마련돼 있습니다.
이 미술관의 하이라이트는 빛을 이용해 영상설치 작업을 하는 미국 제임스 터렐 작가의 전시관입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석양의 아름다움을 체험할 수 있는 일몰 프로그램은 환상적인 이미지로 오랫동안 기억 속에 남을 겁니다. 관람료는 미술관과 제임스 터렐관을 다 볼 수 있는 뮤지엄권은 청소년 1만8000원, 어른 2만8000원이고, 미술관만 볼 수 있는 갤러리권은 청소년 1만원, 어른 1만5000원입니다. 오크밸리 콘도에서 묵으면서 여유롭게 미술관을 둘러보는 것도 알찬 여행이 되겠지요(033-730-9000).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슬로 뉴스] 그림 보러 갔다 ‘그림 같은 미술관’에 짐 풀다
입력 2016-06-02 20:23 수정 2016-06-02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