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업체들 로비에 놀아나 30년 전 침낭 보급한 軍

입력 2016-06-01 18:39
전·현직 군 장성들과 영관급 장교들이 군납업체들의 로비에 놀아나는 바람에 장병들이 30년 전에 개발된 침낭을 사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불법자금은 전·현직 군인들이 챙기고 피해는 애꿎은 장병들에게 돌아갔다. 감사원은 1일 침낭·배낭·천막 획득 비리 8건을 적발하고 전·현직 장성 6명, 대령 2명 등 12명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요청하거나 수사참고 자료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이번 비리 사건은 신형 침낭 업체 청탁, 신형 침낭 사업 추진, 구형 침낭 업체 로비, 신형 침낭 사업 보류, 1986년 개발된 구형 침낭 보급 순으로 진행됐다. 얽히고설킨 이권다툼이 가관이다.

문제는 구형은 말할 것도 없고 신형 침낭도 시중에 유통되는 상용품보다 질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관련 규정에 따라 상용품 구매 여부를 먼저 검토해야 하는데도 로비자금을 받으면서 ‘비리 작전’을 감행한 것이다. 가볍고 보온성이 뛰어나야 하는 침낭은 장병의 전투력과 생존능력 향상에 적잖은 영향을 준다. 침낭을 둘러싼 군납 비리는 북한군의 철갑탄을 막을 수 있는 최첨단 방탄복을 개발하고도 업체 로비에 밀려 일반 방탄복을 지급한 방탄복 납품 비리 사건과 비슷한 범죄행위다.

성능 미달인 무기들, 철갑탄에 뚫리는 방탄복, 군납 건빵과 햄버거 비리 등 군 비리 유형은 셀 수조차 없다. 육해공군에 납품되는 군수품 가운데 장병들이 믿고 쓸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돈을 받고 저질 군수품을 장병들에게 보급하는 행위는 북한 김정은 정권을 돕는 이적행위나 다름없다. 끊이지 않는 군납 비리를 접한 국민은 군에 대한 신뢰를 접을지도 모른다. 이제 국민은 각종 비리에 적극 가담한 전·현직 군인들에게 투철한 군인정신과 사명감, 애국심과 명예를 바라지도 않는다. 최소한의 직업정신과 윤리의식을 바랄 뿐이다. 검찰은 침낭 비리 사건 관련자들을 엄벌하고, 국방부는 만연한 군수품 비리를 막을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