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여왕 5월이 ‘미세먼지 나쁨’으로 점철된 채 지나갔지만, 미세먼지 저감대책을 둘러싼 정부부처 간 난타전은 그칠 줄 모른다. 여름철에는 미세먼지가 잦아들지만 정부와 국회는 당분간 먼지 나게 다툴 전망이다. 초점은 경유차에 대한 증세 여부다. 그러나 경유 가격 인상이 미세먼지 문제해결의 필요조건이긴 하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휘발유 차량의 경우 지구적으로는 더 큰 문제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를 경유차보다 더 많이 내뿜는다. 게다가 직경 1㎛ 이하의 초미세먼지를 많이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클린 디젤’이 없는 것으로 판명 났듯이 화석연료 내연기관이 청정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기준으로 보조금이나 부과금을 차량가격에 가감하는 ‘저탄소차 협력금제’를 보완해 시행하는 방안이 시급하다. 그 다음 경유버스와 트럭, 노후차량, 주행거리 5만㎞ 이상 경유차 등의 순서로 규제해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중·대형차 선호현상은 유별나다. 국제 비교를 보면 2010년 국내 승용차 규모별 등록대수는 경차, 소형, 중형, 대형 비중이 각각 8.3%, 11.3%, 55.9%, 24.5%인 반면 일본은 26.6%, 25.0%, 26.3%, 21.9%이고, 프랑스는 39.0%, 35.0%, 11.0%, 15.0%다. 우리나라의 중·대형차 대 소형·경차 비중은 8대 2다. 프랑스 이탈리아 등은 2∼3대 8∼7로 정반대다. 유럽인들은 에너지를 절약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는 반면 한국인들은 낭비한다. 그들의 자동차 소비가 실용적이라면 우리는 과시적이다. 자동차 제작사들의 이윤 극대화 전략도 한몫한다. 국내산 경차는 단 2종에 불과하고, 광고도 하지 않는다.
깨끗한 공기와 자동차 과소비를 동시에 누릴 수는 없다. 이 자명한 진실을 외면하는 소비자와 자동차 업체에는 경제적 부담을 지워야 인식이 바뀐다. 솔선수범도 필요하다. 국회의원과 국무위원들이 경차나 소형차, 그것도 가급적 하이브리드나 전기차를 타고 출퇴근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임항 논설위원
[한마당-임항] 비좁은 나라의 큰 차 선호
입력 2016-06-01 1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