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성폭행 피해 브라질 소녀 “사법정의 기대 안해”

입력 2016-06-01 19:00 수정 2016-06-01 19:06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시내에서 지난 27일(현지시간) 한 여성이 ‘우리는 피를 흘리고 있다’는 포르투갈어가 적힌 표지판을 들고 성폭행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뉴시스

브라질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은 10대 소녀 집단 성폭행 사건 파문이 점점 커지고 있다. 수사는 좀처럼 속도를 못 내는 반면 일각에서 피해자에게 책임을 넘기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와 CNN방송이 보도했다.

피해 소녀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브라질 사법 체계 하에 정의를 기대할 수 없다”며 “차라리 신의 정의 구현을 기다리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피해 소녀는 지난 28일 밤 방영된 현지방송과의 인터뷰에서는 남성 경찰관이 면담 도중 부적절한 질문을 해 경찰과의 면담을 끝냈다고 밝혔다. 이 소녀는 지난 21일 리우데자네이루의 한 빈민가에 있는 남자친구의 집에 놀러 갔다가 30여명의 남성들에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 이 모습을 촬영한 동영상이 25일 트위터에 유포되면서 브라질 사회가 발칵 뒤집어졌다.

브라질 경찰은 즉각 영상을 삭제하고 유력 용의자 4명을 체포했지만 수사가 뒤늦게 시작되는 바람에 결정적 증거 확보가 어려워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리우와 수도 브라질리아를 비롯해 브라질 각지에서 수천명의 시위대가 ‘우리 모두 피를 흘리고 있다’ ‘브라질 사회에 만연한 성폭행 문화를 고치자’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연일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브라질 경찰이 시위대에 최루탄을 쏘며 강경 진압에 나선 데다 일각에서 “범죄가 잦은 빈민가에 겁 없이 함부로 들어간 피해자도 잘못이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와 시위는 더욱 확산되고 있다. 전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범죄 피해자를 공권력과 여론이 두 번 울리면서 브라질 사회의 혼란도 계속될 전망이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월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