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부상하는 아프리카’란 특집기사에서 희망찬 대륙으로 변모하는 아프리카를 집중 조명했다. 아프리카는 21세기 들어 정세 안정과 거버넌스 개선으로 연평균 5% 이상의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10개국 중 7개국이 아프리카에 있다. 30세 이하 청년층이 70% 이상인 젊은 대륙이기도 하다. 아프리카는 노동력과 광물자원이 풍부한 데다 중산층 확대로 막대한 소비시장이 형성돼 지구촌 마지막 블루오션으로 불린다.
이 중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이 방문한 에티오피아·우간다·케냐가 위치한 동아프리카가 변혁과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전략정보 분석·예측기관인 ‘스트랫포(Stratfor)’는 중국 이후 세계경제를 이끌 ‘포스트 차이나 16’에 이 3개국과 탄자니아를 넣었다. 이번 순방은 ‘아프리카 르네상스’ 시대의 관문인 동아프리카 국가들과 상생의 동반자 관계를 공고히 했다는 점에서 시의적절했다. 아프리카 54개국은 2013년 ‘통합·번영하는 평화로운 대륙 건설’이란 야심에 찬 목표를 채택했다. 박 대통령은 한국 정상 최초로 아프리카연합(AU) 본부에서 가진 특별연설을 통해 ‘대(對)아프리카 포괄적 협력을 위한 청사진’을 천명해 호응을 얻었다.
이번에 방문한 3개국은 개혁과 변환을 담론으로 한 국가 발전전략을 추진 중이다. 한국을 롤모델로 삼아 우리 경험을 공유하는 데 관심이 많았다. 각국 정상들은 새마을운동의 동반자가 되겠다고 했으며 우간다에는 아프리카 최초로 농업지도자 연수원이 개원됐다.
순방 중 출범한 ‘코리아 에이드(Korea Aid)’는 새로운 한국형 개발협력 모델이다. 기존 개발협력에 보건·음식·문화를 접목해 소외계층을 찾아가는 창의적 방식으로 많은 관심을 끌었다. 경제협력 분야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경제인 169명이 동행해 82개의 협정과 양해각서(MOU)에 서명, 아프리카 투자 진출과 경제협력 기반이 마련됐다. 인프라 건설·섬유산업·에너지·정보통신기술(ICT) 등 분야에서도 구체적 협력 방안이 논의됐다. 에티오피아가 올해 발주 예정인 7억 달러 규모의 고속도로 건설사업에 우리 기업의 참여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섬유산업단지 조성에 참여하는 문제도 논의됐다. 우간다에선 현지 최초의 15억 달러 규모 정유공장 건설에 우리 기업이 참여할 발판이 마련됐다. 케냐의 초대형 국책사업인 라무항 개발 등에도 참여가 기대된다.
아프리카에는 193개 유엔 회원국 중 54개국이 있어 한반도 평화와 안정, 통일을 위한 우리 노력에도 중요한 자산이다. 아프리카는 북한이 외교적 고립을 탈피하고자 거점으로 삼는 지역인 만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결의 이행 등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이 실효를 거두려면 적극 협조가 필수적이다. 이런 점에서 북한의 핵심 우방국 역할을 하던 우간다 정부가 박 대통령 방문을 계기로 대북 군사·안보·경찰 교류를 중단하겠다고 한 건 매우 의미 있는 성과다. 6·25전쟁 때 아프리카 국가 중 유일하게 지상군을 보낸 에티오피아, 우리의 전통적 우방인 케냐도 북한 핵실험을 규탄했다. 북한 도발을 막고 한반도 통일을 이루려는 우리 노력에도 전폭적인 지지를 재확인했다. 이란에 이어 아프리카 주요국들이 내놓은 단호한 북핵 반대 메시지는 북한에 뼈아픈 경고가 됐을 것이다.
우후루 케냐타 케냐 대통령은 국빈오찬 연설에서 “호랑이는 스스로 호랑이임을 밝히지 않으며 단지 덮칠 뿐”이라고 했다. 한국의 성공 스토리를 조용히 세계를 덮친 호랑이에 비유했다. 3국 정상들은 이례적으로 거의 모든 일정에 동행하는 파격적 의전을 보여줬다. 아프리카가 새로운 미래를 창조하는 데 있어 한국에 대한 깊은 신뢰와 기대를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
[특별기고-윤병세] 변혁기 아프리카가 선택한 한국
입력 2016-06-01 19: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