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3일. 미국 미네소타주는 이날을 ‘비욘세의 날(BEYONCE DAY)’로 지정했다. 마크 데이튼 미네소타 주지사가 트위터에 공개한 공식 선언서를 보면 이렇다. “비욘세의 노래 속 긍정적이고 강한 메시지가 여러 여성에게 영향을 미쳤다.”
일각에서는 미네소타 주지사가 ‘오버했다’는 식의 반응도 있었다. 하지만 에너지 넘치는 퍼포먼스와 강한 여성성을 선보이며, 발표하는 앨범마다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하는 비욘세의 영향력은 상당하긴 하다.
그리고 비욘세가 또 해냈다. 지난 4월 발표한 6번째 앨범 ‘레모네이드’(사진)는 발매 직후 미국 빌보드 앨범 순위 1위를 차지했다. 비욘세는 6장의 정규앨범을 발매하자마자 모두 빌보드 앨범차트 1위에 올려놓은 유일한 팝 스타가 됐다.
기록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켄드릭 라마, 위켄드, 잭 화이트 등이 참여한 ‘레모네이드’는 발매 전부터 화제를 모았고 5일 동안 무려 48만5000장의 앨범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스트리밍 서비스 재생 횟수, 곡 단위 다운로드까지 합치면 닷새 동안 65만3000장을 판매한 셈이다.
비욘세의 이 기록은 당분간 쉽게 깨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껏 1∼5집 모두 앨범 발매 직후 빌보드 1위를 차지한 아티스트는 래퍼 DMX, 포크송 그룹 킹스턴트리오, 비욘세 뿐이었다.
비욘세의 새 앨범은 매우 독특하다. 12곡이 수록돼 있는데 12곡의 뮤직비디오라고 할 수 있는 65분 분량의 영상이 담겨 있는 비주얼 앨범이다. 비욘세의 가치관이 담긴 음악과 영상들로 꽉 차 있다.
‘레모네이드’는 지금껏 밝고 대중적이었던 비욘세의 히트곡들과는 확연하게 색깔이 다르다. 어느 때보다 어둡고 과격하다. 흑인을 비하하는 ‘니그로’라는 표현을 과감하게 쓰면서 여전히 억압적인 환경에 놓인 흑인들의 삶을 직설적으로 표현해냈다. 비욘세의 이번 앨범에는 정치적인 메시지가 깊이 있게 담겨 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비욘세의 앨범이지만 평단에서는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음악에 내레이션이 많이 가미된 뮤직비디오는 뛰어난 영상미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번 앨범에 수록된 곡들을 통해 불륜설에 휘말린 남편 힙합스타 제이지에게 강력하게 경고한 것도 화제가 됐다. 힙합엘 운영자인 박준우씨는 “비욘세의 개인사는 수많은 흑인 여성이 겪는 문제이기도 하다. 개인사에 사회적인 의미를 담은 앨범”이라고 평가했다.
앨범 제목은 ‘만약 삶이 당신에게 레몬을 준다면, 그걸 레모네이드로 만들어내라’는 서양 격언에서 따왔다. 괴로운 일이 있으면 그걸 기회로 바꾸라는 의미다. 흑인 가정에서 태어난 비욘세가 미국 사회의 흑인과 여성에게 전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비욘세는 미국 흑인 여성 문제에 깊은 관심을 보여 왔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섹시 여신’ 비욘세가 또 해냈다
입력 2016-06-01 18: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