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일까요. ‘크리스천’과 ‘지성’이라는 단어를 나란히 놓는 것이 어려워졌습니다. 21세기 눈부신 기술문명 시대에 하나님을 믿는다는 고백은 시대에 한참 뒤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지곤 합니다.
눈 감고 귀를 막는 순간이 점점 늘어납니다. 인공지능 알파고의 충격 앞에서, 목회자의 범죄와 타락을 전하는 TV 뉴스 앞에서. 정말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만 의심하면 무너질까 조바심 내며 우리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습니다. 의심을 품지도, 질문을 던지지도 않으려 합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이 시대는 우리를 흔들어댑니다. 과학으로 증명할 수 없기에 신이 없다고 주장하고, 자본 앞에 굴복하고 타락한 교회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느냐며 조롱합니다.
무조건 믿는 것만으로 이 세파를 이겨낼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더 많이 고민하고 의심하며 답을 찾아야 합니다. 기성세대야 어떻게든 질끈 눈 감고 이 순간을 버티며 지낼 수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의 다음세대에게도 똑같이 하라고 요구할 순 없습니다.
출판계는 여전히 불황이고, 사람들은 책을 안 읽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책에서 길을 찾고 책을 통해 세상을 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6월부터 ‘책과 영성’면도2면으로 늘어납니다.
‘길 위의 책’ 코너를 신설합니다.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내 믿음이 흔들릴 때 나를 붙잡아준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줄 것입니다. ‘책마을 이야기’는 책을 만드는 사람, 책을 함께 읽는 사람들을 소개합니다. 책이란 매체가 어떻게 사람들 사이에 다리가 되고 집이 돼 가는지 볼 수 있습니다.
2011년 광고인 박웅현씨는 ‘책은 도끼다’라는 책에서 “책은 얼음장을 깨는 도끼처럼, 죽어있는 감성의 촉수를 깨우는 도끼다. 우리는 행복을 위해 도끼날을 갈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프란츠 카프카가 소설 ‘변신’에 쓴 저자의 글 중에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라는 구절에서 따온 말입니다.
책은 그렇게 우리를 깨뜨려주는 동시에 우리를 지켜줄 도끼가 될 것입니다. 달라질 ‘책과 영성’면을 통해 독자 여러분과 함께 세상의 흐름을 읽어내고 시대의 이슈를 잡아내며 크리스천의 소명을 발견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김나래 기자
[출판면 이렇게 바뀝니다] 책 통해 길을 찾을 수 있도록… ‘길 위의 책’ ‘책마을 이야기’ 신설
입력 2016-06-01 18: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