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용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31일 중국을 전격 방문하면서 한동안 냉랭했던 북·중 관계가 전환점을 맞게 될지 주목된다. 올해 첫 북한 고위급 인사의 방중인데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방중까지 성사된다면 201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 방중 이후 5년 만에 북한 최고지도자의 중국 방문이 이뤄지는 셈이다.
이 부위원장의 방중은 표면적으론 이달 초 열린 7차 노동당 대회 결과를 중국 측에 설명하기 위함이다. 방중 첫날 이 부위원장이 쑹타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 회담을 가진 뒤 대외연락부는 “조선 측이 7차 당 대회 정황을 통보했다”고 알렸다. ‘북·중 관계의 발전과 지역 평화·안정을 촉진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는 대외연락부의 설명에 비춰볼 때 김 위원장 방중 문제와 북핵 문제 등이 폭 넓게 논의된 것으로 관측된다.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에 관한 논의는 역시 이번 방중의 최대 관심사다. 중국 측이 김 위원장의 방중에 대해서도 논의될 수 있다고 시사한 만큼 성사 가능성이 있다. 다만 중국 측이 남한과의 관계를 고려해 김 위원장 방중 조건으로 비핵화에 대해 더 진전된 입장을 보이라고 요구할 수 있어 무산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31일 왕자루이 전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주최한 만찬에 참석한 이 부위원장은 오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날 예정이다. 시 주석에게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할지도 주목된다.
이 부위원장은 지난 당 대회에서 정치국 위원에 선출되는 등 강석주 전 국제담당 비서의 뒤를 이어 명실상부한 ‘외교사령탑’ 지위에 올랐다. 오랜 기간 북·중 간 소통의 핵심 채널이었던 장성택 전 국방위 부위원장의 최측근이자 이 부위원장 자신이 소문난 ‘중국통’이기도 하다. 때문에 양국의 이번 접촉은 단순히 의례적인 차원이 아니라 경제협력과 핵 문제, 대북제재 등 각종 첨예한 이슈들이 포괄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북·중 관계는 2013년 3차 핵실험과 장성택 숙청을 계기로 급격히 얼어붙었다. 중국 지도부 사이에서 북한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퍼지면서 기존의 ‘혈맹’이 아닌 ‘보통국가’ 간 관계로 격하되는 듯했다.
하지만 중국은 계기가 있을 때마다 북·중 관계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왔다. 북·미 간 평화협정 체결에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하며 중간자 역할을 자임하기도 했다. 때마침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오는 6일부터 이틀간 제8차 미·중 전략경제대화를 위해 베이징을 찾는다. 이번 방중을 통해 북·중이 해빙 무드를 조성한다면 향후 북핵 문제와 북·미 관계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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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訪中 성사 여부 최대 관심… 북핵 문제도 논의
입력 2016-06-01 04: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