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레킷벤키저(옥시)가 문제의 가습기 살균제에 대한 흡입독성 실험의 필요성을 적어도 수차례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확인됐다. 옥시는 수년간 지속된 소비자들의 부작용 호소 글도 철저히 외면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부장)은 31일 제품 안전성 검증 없이 가습기 살균제 ‘옥시싹싹 뉴가습기 당번’을 제조·판매해 인명피해를 낸 혐의로 신현우(68) 전 옥시 대표와 옥시 전 연구소장 김모(55)씨, 선임연구원 최모(47)씨 등 3명을 구속 기소했다.
또 다른 유해 가습기 살균제 ‘세퓨’를 만들어 판 오모(40) 전 버터플라이이펙트 대표도 함께 구속 기소됐다. 이들에게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에 따르면 옥시는 1998년 화학물질 중간도매상인 CDI로부터 유해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을 주성분으로 한 문제의 가습기 살균제를 추천받는다. 옥시는 그러나 이듬해 전문가 면담 등을 통해 “가습기 살균제의 가장 큰 문제는 흡입독성 데이터 확보”라는 지적을 받았다. 옥시는 2000년 3월 CDI에 흡입독성 데이터를 요구했지만 “없다”는 답을 들었다. 두 달여 뒤 PHMG에 대한 흡입독성 실험이 가능한지 CDI에 문의했지만 “국내에선 어렵다”는 답이 돌아왔다. 제품 출시 전 흡입독성 실험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옥시는 2001년 1월 가습기 살균제 사용자로부터 머리가 아프다는 피해 요청을 접수하고 이를 CDI에 전달해 관련 상담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별다른 후속 조치는 없었다. 오히려 2011년 판매가 중지되는 그날까지 지속적으로 올라오는 부작용 호소 글을 무시했다.
독성물질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과 PHMG를 섞어 가습기 살균제를 자체 제작한 오 전 대표는 서울 한 대학의 국어국문과를 졸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또 해충방제업체에서 마케팅 업무 등을 담당하다 가습기 살균제 사업을 시작했다. 검찰은 그가 만든 가습기 살균제가 ‘가내수공업’ 수준에서 만들어진 조잡한 제품이었다고 밝혔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사회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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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균제 독성 실험 필요성 옥시, 수차례 알고 있었다
입력 2016-05-31 21:57 수정 2016-06-01 04: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