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가 대기를 뒤덮는 날이 빈번해지면서 교육 현장도 악영향을 받고 있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미세먼지 속에서 야외 수업을 받을까 걱정한다. 교사들이 야외 수업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도 확산되고 있다.
미세먼지 예보 수준이 ‘나쁨’에서 ‘보통’을 오갔던 31일 서울과 경기도의 유치원·어린이집, 학교들을 돌아봤다. 교육 현장은 ‘우왕좌왕’이었다. 교육부가 지난 3월 일선 학교에 내려 보낸 ‘매뉴얼’은 큰 소용이 없었다.
5월 들어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이상을 기록한 날이 7일이었다. 나흘에 한 번꼴이었다. 미세먼지 예보는 ‘좋음-보통-나쁨-매우 나쁨’ 등 4단계로 발령된다. 나쁨 단계는 PM10 농도가 81∼150㎍/㎥, PM2.5의 경우 51∼100㎍/㎥일 때다. 나쁨 단계가 발령되면 어린이와 노인 등은 야외 활동을 자제해야 한다.
우왕좌왕하는 교육 현장
이날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A초등학교. 미세먼지(PM10) 농도가 71㎍/㎥로 ‘보통’ 수준이었지만 학교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오전부터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과 ‘보통’(PM10 기준 31∼80㎍/㎥)을 오가자 학교 측은 아예 야외활동을 중단해버렸다. 이 학교는 등교시간에 농구나 줄넘기 등을 하는 ‘아침 운동’ 시간, 교시 사이 쉬는 시간을 길게 잡아 체육활동을 하는 ‘중간 놀이’ 시간을 운영해 왔다. A초등학교 교사는 “(체육활동의) 효과를 보려면 꾸준히 반복해야 하는데 미세먼지 때문에 벽에 부딪혔다”며 “(미세먼지 농도가 오락가락하는 날은) 학생들은 밖으로 나가자고 하고 학부모들은 나가지 말라고 요청하니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경기도 고양시 B유치원도 사정은 비슷했다. 누리과정에 따라 매일 1시간씩 바깥놀이 활동이 이뤄져야 하는데, 이날은 미세먼지 때문에 하지 않았다. 최모(27·여) 교사는 “오늘 야외활동이 예정돼 있었지만 아침 8시부터 학부모들로부터 (나가지 말아 달라는) 문자가 쇄도해 취소했다. 차량이나 견학 가는 곳에 취소 전화를 하느라 오전부터 바빴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깊다. 구로구 C초등학교 교문 앞에서 아이들을 기다리던 저학년 학부모들은 “미세먼지 예보가 오전 내내 ‘나쁨’이었는데 학교는 별다른 조치를 취한 것 같지 않아 걱정했다”고 입을 모았다. 강동구 D어린이집에서 만난 김모(35·여)씨는 “아이 기관지가 안 좋아 선생님들에게 문자 메시지로 신경써 달라고 유난을 떨었다”며 “지난주부터 다른 엄마는 아이를 결석시키고 있는데, 저는 맞벌이라 결석은 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뉴얼은 탁상행정의 전형이죠.”
교육부는 지난 3월 ‘고농도 미세먼지 대응실무 매뉴얼’을 일선 교육 현장에 배포했다.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줄이고 교육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매뉴얼은 학교나 유치원마다 ‘미세먼지 담당자’를 지정해 대응토록 했다. 담당자는 실시간으로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하고 대응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하지만 담당자를 지정해 대응하는 학교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마포구 E중학교는 이날 오전 학교 건물 그늘에서 체육수업을 진행했다. 오전에는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이어서 야외활동을 자제해야 한다. 학교 관계자는 “미세먼지 담당자는 따로 없다. 매뉴얼에 대해서 들어본 바 없다”고 말했다.
서대문구 F초등학교 교사는 “미세먼지 농도가 높으면 실내활동을 권장하는 게 고작”이라며 “그러나 찜통 교실과 체육관 문을 꽁꽁 닫고 있을 수도 없고, 문을 열면 밖에서 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다른 교사는 “걱정만 하고 사실상 평소처럼 하고 있는데 이래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매뉴얼에서는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이상이면 아이들에게 마스크를 착용토록 하고 손씻기와 수분 섭취를 자주 하도록 권장한다. G유치원 교사는 “아이들은 답답하다며 마스크를 벗어버려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기관지가 안 좋은 아이들은 의사와 상의한 뒤 야외활동을 하도록 돼 있는데 일일이 의사와 상담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매뉴얼은) 탁상행정이고 책임회피용이라는 생각마저 든다”고 말했다.
이도경 전수민 이가현 임주언 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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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6-01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