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내풍 힘겨운데… ‘외풍’도 만만찮네

입력 2016-05-31 18:45 수정 2016-05-31 21:41

국내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충격파에 한국호(號)가 불안한 항해를 이어가고 있다. 내풍만 불어도 이겨내기 만만찮은데 하반기에는 더 거센 외풍이 기다리고 있다. 다음 달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할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현실화될지에 따라 세계경제가 요동칠 전망이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 여부도 불안요소다. 한국호는 글로벌 이벤트가 몰고 올 파고를 넘을 수 있을까.

하반기 다가온 가장 큰 글로벌 이슈는 오는 23일 영국의 EU(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다. 국제 금융시장은 투표 결과를 기다리며 숨을 죽이고 있다. 지난주 미국 S&P500과 모건스탠리 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지수의 거래량은 계속 줄어드는 흐름을 보였다. 한화투자증권 김일구 연구원은 “브렉시트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글로벌 시장의 에너지가 응축됐다가 큰 폭의 상승 혹은 하락 위험이 있다”고 전망했다. 탈퇴 반대 여론이 찬성보다 높지만 차이는 근소한 편이다. 탈퇴가 현실화되면 영국경제에 대한 우려로 파운드화 폭락이 예상된다. 충격이 국제 금융시장으로 확산되면 신흥국 자금 유출도 피하기 어렵다. 한국은 영국의 한·EU 자유무역협정(FTA) 이탈로 인한 수출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미국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도 브렉시트의 영향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FOMC는 이달 14∼15일 열린다. 김 연구원은 “FOMC가 6월에는 브렉시트 우려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6월 글로벌 이벤트가 큰 변동성 없이 넘어가면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시장엔 일단 긍정적이다. 하지만 하반기에도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이 계속 남아 있다. FOMC 회의는 7월, 9월, 11월, 12월에 열린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지난 27일 수개월 내 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미국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신흥국 시장의 해외 자본이 유출돼 한국경제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3분기를 무사히 넘겨도 4분기부터 미국이 대선 국면으로 접어든다. 보호무역주의를 내건 트럼프의 지지율이 높아지고 있는 게 한국경제의 불안요소다. IBK투자증권 김정현 연구원은 “미국 대선 등의 변수가 달러 강세를 부추기면서 올해 국내 증시도 박스권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경제 상황도 눈여겨봐야 한다. 중국 본토 A주의 MSCI 편입이 단기적으로 가장 큰 변수다. A주가 편입되면 외국인 투자가 늘면서 한국 증시에선 자금이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금융투자 김용구 연구원은 31일 중국 주식예탁증서(ADR)가 MSCI 신흥국 지수에 편입되면서 당장 국내 증시에서 빠져나갈 외국인 자금 규모가 9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A주 편입에 따른 대규모 자금 유출을 우려할 사안은 아니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IBK투자증권은 “편입 가능성은 지난해보다는 높아졌다”면서도 “실질적인 편입은 내년 5월이 돼야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중국에 대한 외국인의 투자심리가 커지면 한국경제에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중국 내부의 구조조정 이슈가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는 게 변수다. 하나금융투자는 중국의 5월 경제지표가 4월 대비 크게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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