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2% 또는 8.7%.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을 6030원으로 결정하면서 내놓은 최저임금 영향률 수치다. 최저임금 영향률은 새로 적용되는 최저임금에 직접 영향을 받는 노동자 비율이다. 예를 들어 올해 전체 노동자 임금인상률을 5%라고 가정할 때, 지난해 시급 5600원 받던 노동자는 올해 시급이 5880원이 돼 인상된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아 시급을 6030원으로 올려야 한다. 반면 시급 5800원을 받던 노동자는 올해는 6090원을 받아 새로운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18.2%는 통계청 통계를 기준으로, 8.7%는 고용노동부 통계를 기준으로 추정한 최저임금 영향률 결과다. 둘 중 어느 수치가 정확할까. 어느 것도 정확하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박준성 최저임금위 위원장도 “두 수치 사이 어느 즈음이라고 짐작할 뿐이지 정확하게 최저임금 영향률이 몇이라고 확답할 수는 없다”고 말할 정도다. 경제적 불평등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최저임금이 사회적 의제가 되고 있지만 한국은 아직 믿을 수 있는 관련 통계도 없는 상황이다.
◇신뢰할 수 없는 통계=최저임금 인상폭을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참고해야 하는 통계는 최저임금 영향률과 미만율이다. 최저임금 영향률이 다음 해 최저임금 미달 임금을 받는 노동자 비율을 예측한 것이라면, 최저임금 미만율은 그해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임금을 받는 노동자 비율을 뜻한다.
최저임금 영향률과 미만율이 높으면 최저임금 인상폭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최저임금을 올릴 경우 실제로 그 액수보다 덜 받는 근로자가 많아지고, 소상공인의 부담도 커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최저임금 영향률과 미만율이 낮으면 최저임금 인상폭을 크게 결정할 여유가 있다고 봐도 된다.
국내에는 아직 최저임금 영향률·미만율을 정확하게 산출할 방법이 없다. 근로자 임금과 근로시간을 조사한 통계를 이용해 추정할 뿐인데 이마저도 이원화돼 있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와 고용부의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다.
두 조사는 모두 근로자의 정확한 임금 수준을 알기엔 한계가 있다. 통계청 조사는 가구 대상 조사다. 조사원이 집집마다 찾아가 가족의 임금을 묻는 방식이다. 임금노동자는 출근을 한 경우가 많아 대부분 다른 가족 구성원이 대신 답하곤 한다.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세금을 떼기 전 임금을 알기 어려워 실수령액 기준 임금을 답하는 경우도 많다. 수당도 제외하곤 한다. 그러다보니 통계 결과가 실제 임금보다 낮게 나온다.
반면 고용부는 사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해 상대적으로 정확도가 높지만 여전히 허점이 있다. 임금을 실제 지급한 내역인 임금대장을 조사하기 때문에 임금을 자세히 파악할 수 있지만,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주는 사업주가 임금대장을 조작하거나 숨길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고용부 통계는 대체로 실제 임금보다 높게 나온다.
이런 차이가 있어서 2014년 최저임금 미만율 통계는 통계청 조사로는 12.1%였지만, 고용부 자료로 추정하면 4.9%가 된다.
◇영국은 국세청 과세 자료 활용=정확한 통계가 없어 매년 최저임금 결정 때마다 갈등이 불필요하게 커진다. 통계청 조사를 인용하느냐, 고용부 조사를 따르느냐에 따라 최저임금 영향률·미만율 간극이 크기 때문이다. 노동자 측과 사용자 측이 아전인수(我田引水) 격으로 통계를 쓰게 된다.
최저임금 결정이 사회적 의제로 대두되면서 정확한 최저임금 영향률·미만율 통계를 작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통계청과 고용부 방식의 장점을 섞어 조사를 일원화하는 방안 등이 제안되기도 했다.
박 위원장은 2010년 고용부 연구용역 보고서에서 영국의 사례를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영국은 국세청 과세 자료를 활용해 전체 노동자의 1% 정도를 표본으로 추출하고 사업체 조사를 병행해 소득과 근무시간 등을 조사한다. 국세청 자료와 사업체 조사를 결합한 방식으로 왜곡이 적다. 박 교수는 “영국 사례와 같이 국세청의 원천징수과세 자료를 활용해 전체 임금근로자 중 표본을 선택해 조사하는 방식을 벤치마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
[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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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deep] 정부 최저임금 통계 제각각… 노사는 ‘아전인수’
입력 2016-05-31 18:46 수정 2016-06-01 0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