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이 野 잠룡에 남긴 숙제는… 호남 극복·외연 확장·등판 시기

입력 2016-06-01 04:36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보인 폭발력은 총선 승리에 취해 있던 야권 잠룡들의 위기감을 일깨웠다. 호남을 갖되 지역적 한계를 극복해야 하고, 중도로 외연을 확장해야 하며, 뜸들이던 등판 시점도 조만간 확정해야 하는 커다란 숙제가 그들에게 던져졌다.

가장 시급한 숙제는 비호남과 중도로의 외연 확장이다. 반 총장의 방한에서 ‘충청 대망론’의 실체와 중도층 흡수의 중요성이 여실히 드러난 탓이다. 특히 야권 주자로선 지역 구도로 볼 때 ‘베이스캠프’인 호남, 개척지인 ‘비호남’을 모두 아울러야 하는 상황이다. 충청을 기반으로 하는 반 총장과의 확장성 싸움이 불가피하다. 충청 출신에 여야를 넘나들며 경력을 쌓은 반 총장이 중도층을 흡수하고 비호남에서도 선전한다면 야권 주자들에겐 ‘답’이 없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호남의 ‘전략적 선택’을 믿고 확장적 정책 승부를 벌이겠다는 전략이다. 친문(친문재인)인 한 더민주 의원은 3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문 전 대표가 호남 밖에서 경쟁력을 보여주면 호남도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며 “문 전 대표는 20∼25%의 콘크리트 지지층이 있기 때문에 조금 ‘우향우’해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당은 당과 안철수 공동대표의 개별 전략을 구상 중이다. 호남에 대한 당의 경쟁력, 중도·실리층에 대한 안 대표의 경쟁력을 각각 극대화하겠다는 얘기다. 안 대표 측 관계자는 “당은 호남에서 밑바닥을 다지고, 안 대표는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며 “현재 무소속인 반 총장이 여당 후보로 나서는 순간 중도층은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반 총장이 사실상 ‘조기 등판’함에 따라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도지사, 손학규 전 더민주 상임고문 등 ‘불펜’에서 몸을 풀고 있는 잠재 후보들도 등판 시점을 결정해야 할 시기가 임박하고 있다. 박 시장과 안 지사는 각각 시정·도정 때문에, 손 전 고문은 ‘정계은퇴 번복’ 압박 때문에 손을 들지 못하고 있다. 야권에서는 더민주가 대선 관리용 새 지도부를 꾸리는 오는 8월 말쯤 이들의 등판을 점치고 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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