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개인투자자 설득에 총력

입력 2016-05-31 18:42 수정 2016-05-31 21:46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현대그룹 본사에서 열린 현대상선 사채권자 집회 후 한 참석자가 기자들에게 채무조정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채권단 자율협약 상태인 현대상선이 사채권자 집회 첫날 총 6300억원에 대한 채무 재조정에 성공하며 또 다른 능선을 넘었다. 현대상선은 용선료 인하 협상이 큰 진전을 이뤘고 채무 재조정까지 순조로워지면서 회생 기대감에 한껏 부푼 분위기다. 향후 남은 일정도 당분간 순항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31일 서울 종로구 현대그룹 본사에서 열린 현대상선의 릴레이 사채권자 집회에서 첫 안건으로 상정된 2400억원 규모의 공모사채 출자전환 및 만기연장안이 승인됐다. 이어진 집회에서도 600억원, 3300억원 채무에 대한 안건이 차례차례 가결됐다. 현대상선이 이틀 동안 재조정 안건에 올리는 채무는 올해와 내년 만기가 돌아오는 총 8042억원 규모다.

사채권자들은 50∼60% 출자전환에 5년 거치 5년 분할 상환인 채권단의 협약채권보다 좋은 조건이라는 점에서 안건에 찬성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상선은 회사채를 50% 이상 출자전환하고 잔여 채무를 2년 거치 3년 분할 상환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출자전환 주식을 신주 상장 직후 매도해 현금화할 수 있다는 설명에 투자자들이 조건을 수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용선료 인하 협상 타결이 임박하는 등 회생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채무조정안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기류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지난 27일과 30일 상한가로 거래를 마친 현대상선 주가는 이날에도 전날 대비 13.56% 상승하며 거래를 마쳤다.

한 집회 참석자는 “현대상선이 용선료 협상과 해운동맹 가입이 잘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며 “집회 분위기는 좋았고, 투자자들은 향후 채권 회수를 위해 적극 노력해 달라고 현대상선에 당부했다”고 밝혔다. 다른 참석자는 “법정관리로 가는 것보다 자율협약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해 채무조정안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공모사채를 들고 있는 채권자들이 대부분 법인이라는 점도 채무 재조정 성공의 배경인 것으로 전해졌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금융권을 비롯한 법인 투자자들을 적극 설득했다는 후문이다.

현대상선은 “첫날 집회에 성공한 만큼 2일차에도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며 “남은 사채권자 집회까지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는 공식 입장을 냈다. 현대상선은 1일에는 총 1742억원에 대한 채무 조정을 시도한다. 다만 이 중에서 신주인수권부사채(BW) 542억원이 변수가 될 예정이다. BW는 개인투자자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채권자 집회가 마무리된 다음 날인 2일에는 현대상선을 포함한 해운동맹 ‘G6’ 소속사들이 서울에서 회의를 갖는다. 현대상선은 개별사들과 접촉하며 제3의 해운동맹 ‘디 얼라이언스’ 합류를 타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용선료 인하 협상이 타결 수순에 들어갔고, 채무 재조정까지 성공하면서 해운동맹 합류도 순조롭게 진행될 전망이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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