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재정보다 경기부양”… 아베, 소비세 인상 또 연기

입력 2016-06-01 04:47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내년 4월로 예정된 소비세율 인상(8→10%) 계획을 2019년 10월로 다시 연기하기로 최종 결심했다. 7월 참의원(상원) 선거에 맞춰 중의원(하원)도 해산해 동시 선거를 치르자는 여권 내부의 요구도 거절했다. 소비세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부각되면서 7월 참의원 선거가 아베 총리의 경제정책 ‘아베노믹스’의 심판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31일 교도통신과 NHK방송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1일 소비세 인상 연기를 직접 발표할 예정이다. 30일 밤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과 최종 담판을 통해 이 같은 방침을 굳혔다.

소비세 인상은 아베 정부가 2020년까지 기초재정수지를 흑자로 돌리겠다는 방침 아래 추진한 사안이다. 소비세 인상으로 복지재정을 확충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지난해 4월 예정됐던 소비세 인상을 2017년 4월로 한 차례 연기한 뒤 이번에 다시 2019년으로 늦췄다.

소비세 인상을 연기한 이유는 경기가 살아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정흑자를 달성해야 하는 아소 부총리를 비롯한 재무성은 인상 연기 계획에 강하게 태클을 걸었다. 이시바 시게루 지방창생담당상도 “올리지 않으면 소비세 2% 분으로 약 5조엔(53조원)의 구멍이 생긴다”며 연기에 반대했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경기가 여전히 좋지 않은 점을 들어 이들을 설득했다. 특히 “소비세율을 인상하면 2008년 세계 금융위기와 같은 심각한 디플레이션이 올 수 있다”는 경고로 양보를 얻어냈다. 실제로 일본의 4월 가계 소비지출은 1년 전보다 0.4% 줄었다.

문제는 중의원 선거다. 아소 부총리를 비롯한 여당 중진들은 “2014년 12월 총선에서 ‘2017년 4월에 반드시 증세한다’고 약속해 당선됐다”면서 “증세를 연기하면 중의원 선거를 다시 치러 신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1년6개월 만에 선거를 또 치르기 부담되며, 의회해산권이 최종적으로 총리에게 있다고 거절했다.

아베 총리의 자민당 총재 임기가 2018년 9월 끝나는데 증세 시기를 2019년 10월로 한 것을 두고 ‘임기 연장 꼼수’라는 지적도 있다. 일본에서는 여당 총재가 총리가 되기 때문에 총재 임기가 끝나면 총리직에서도 물러나야 한다. 때문에 2018년 9월 소비세율 인상을 마무리한다며 당에서 총재 임기 연장을 얻어내고, 2018년 12월 중의원 선거에서 이겨 다시 총리가 되겠다는 계산이라고 바클레이즈증권이 분석했다. 2019년 7월 실시되는 차차기 참의원 선거 이후로 증세를 미뤘다는 분석도 있다.

소비세 인상 연기 발표를 하루 앞두고 민진당, 공산당, 사민당, 생활의당 등 야4당은 “아베노믹스 실패의 증거”라며 내각 불신임안을 중의원에 제출했다. 하지만 중의원을 연립여당이 3분의 2 이상 장악해 부결됐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월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