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40만 관객을 모은 영화 ‘검은 사제들’은 장재현 감독의 첫 장편 상업영화였다. 첫 번째 장편영화로 흥행 감독 타이틀을 달게 된 그의 멘토는 누구였을까.
장 감독은 2013년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진행하는 ‘콘텐츠 창의인재 양성사업’에 참여했다. 이 사업은 젊은 창작자(멘티)를 콘텐츠 창작 분야 전문가(멘토)와 연결시켜줘 도제식 교육을 받도록 해준다. 당시 장 감독의 멘토는 영화 ‘나의 결혼 원정기’의 황병국 감독이었다.
황 감독의 멘티였던 장 감독은 이제 제2의 장재현을 꿈꾸는 이들을 위해 멘토가 됐다. 장 감독은 31일 서울 용산구 한 식당에서 진행된 ‘2016 콘텐츠 창의인재 양성사업 발대식’ 기자간담회에서 “저는 이 사업의 최대 수혜자”라며 “멘토가 자신이 겪었던 실수를 전해주시면서 내가 그걸 반복하지 않도록 도와주신 게 특히 좋았다”고 말했다.
장 감독은 “황 감독님은 제가 무엇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많이 물어봐주셨다. 이 사업에 멘티로 참여하면서 나 자신에 대해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장 감독과 함께 멘토로 나선 이들은 웹툰 ‘미생’의 윤태호 작가, 뮤지컬 ‘투란도트’ 장소영 음악감독, 표종록 JYP픽쳐스 대표, 드라마 ‘시그널’ 김은희 작가, 드라마 ‘태양의 후예’ 강동윤 음악감독, 배우 겸 프로듀서 김수로, 시나리오 작가 유영아, 드라마 제작자 김태원 대표 등 83명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윤 작가는 “웹툰은 데뷔가 쉬워 보이는지 배우려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실제 연재를 하기까지는 굉장히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이 사업은 멘티들에게 개별적으로 각자 개성에 맞게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게 가능하다. 그래서 더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윤 작가는 “선배로서 젊은 창작자와 좋은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사업은 앞으로 더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멘토로 참여하게 된 장소영 음악감독은 “저의 시행착오와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달하는 것도 의미 있었지만, 후배들의 신나는 아이디어로 저도 많은 자극을 받았다”며 “서로에게 시너지가 되는 프로그램이라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고 했다. 멘토들은 콘텐츠 산업의 경쟁력은 ‘사람’에게 있다는 점에서 뜻을 모았다. 표종록 JYP픽쳐스 대표는 “이 사업을 통해 젊은 창작자들이 생계 걱정을 하지 않고 창작에 몰두할 수 있다”며 “한국 콘텐츠 산업의 경쟁력 중심에 있는 좋은 인재들을 발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2년부터 시작한 ‘콘텐츠 창의인재 양성사업’에는 845명이 멘티로 교육을 받았고, 현장 전문가 378명이 멘토로 참여했다. 9개월 동안 도제식 교육을 받고 1년 안에 창작물을 만들어낸다. 교육 기간 동안 매달 120만원 안팎의 창작지원금도 받는다. 올해는 180여명이 선정됐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멘토 83명, 제2 장재현 꿈꾸는 멘티들 키운다
입력 2016-05-31 18:34 수정 2016-05-31 2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