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반기문發 정계개편 폭탄… 술렁이는 與

입력 2016-06-01 04:00

반기문(얼굴) 유엔 사무총장이 엿새간의 방한 일정을 마치고 지난 30일 미국으로 돌아갔지만 정치권에선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친박(친박근혜) 후보설’부터 ‘충청·TK(대구·경북) 연대설’ 등 반기문 대망론이 구체화하고 있는 여권에선 ‘반기문발(發) 정계개편설’까지 등장하며 술렁이는 분위기다.

반기문 대망론에 대해 새누리당의 공개 반응은 ‘환영’이다. 비박(비박근혜)계로 분류되는 홍문표 사무총장 권한대행은 31일 “반 총장이 오면서 새누리당 잠룡들이 전부 눈을 떴다”며 총선 참패 후 실종됐던 대권 레이스가 재가동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당 안팎에선 김무성 전 대표와 남경필 경기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무소속 유승민 의원 등 여권 차기 주자들이 반 총장의 방한을 계기로 존재감을 높이는 행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하지만 경계하는 목소리도 함께 터져나오고 있다. 전날 열린 20대 국회 첫 새누리당 의총에서 하태경 의원은 “반 총장만 믿다가 한 방에 훅 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여권 인사는 “검증 공세도 없이 단지 출마 가능성만 내비쳤는데도 반 총장의 20, 30대 지지도가 빠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며 반 총장의 경쟁력에 회의적인 시각도 드러냈다.

비박계 내부에선 반 총장이 여권 주류인 친박계가 아닌 새로운 세력과 손잡는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수도권 비박계 중진 의원은 “비대위원 사태가 보여주듯 친박과 비박이 싸워서는 절대 정계개편이 일어나지 않는다”며 “다만 유력 후보 중심으로 정치권이 헤쳐모일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반 총장이 새누리당이 아니라 다른 세력 또는 독자적으로 세력을 모아 대권에 도전할 가능성이 가장 무서운 시나리오”라고 했다. 또 다른 비박계 의원은 “대통령·당 지지율이 곤두박질친 골병든 당을 반 총장이 안고 가고 싶겠느냐”고 반문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도 이날 라디오 방송에 출연, “(반 총장이) 어느 당으로 갈지는 모르는 일”이라고 거들었다. 그러면서 “한국정치라는 게 사람들의 상상 이상이 현실이 될 수도 있는 것”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원 지사는 “본인은 확대해석하지 말아 달라고 하지만 일정 잡고 메시지 던지고 하는 걸 보니 국내 그냥 정치인들 뺨친다는 생각도 들었다”며 반 총장의 방한 행보가 치밀하게 계산된 정치행위였다는 평가도 내놨다.

그러나 반 총장과 수차례 만남을 가졌다는 친박계 인사는 반기문발 정계개편 가능성을 허무맹랑(虛無孟浪)한 시나리오라고 치부했다. 그는 “야당이나 다른 세력과 손잡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도 들었지만 반 총장과 여러 차례 얘기를 나눠본 결과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였다”고 주장했다. 충청권 한 의원도 “야당도 반 총장이 자기 사람이 아니라고 보고 공격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반 총장이 여당 후보군임을 강조했다.

한장희 김경택 기자 jhhan@kmib.co.kr

[관련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