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은·도토리골 주민들은 비만 오면 잠이 오지 않습니다.”(전주시 진북동 쌍다리 인근 공사 현장)
“나무야 고맙다. 그리고 미안해.”(전주시 중앙동 객사 건너편 버스 승강장)
“예수병원 앞 도로가 이렇게 바뀝니다.”(전주시 중화산동 선형개량공사 현장)
최근 전북 전주시가 추진하는 공사 현장 곳곳에 내걸린 현수막들이 지나가는 시민들의 눈길을 모으고 있다. 이들은 공사 개요를 알리는 단순 알림판을 넘어, 감성적 글귀로 시민들의 이해와 호응을 얻고 있다.
최근 진북동 쌍다리 옆 축대에는 20m가 넘는 현수막 2장이 내걸렸다. “어은·도토리골 주민들은 비만 오면 잠이 오지 않습니다. 방안까지 물이 넘쳐 세간살이를 모두 버려야 합니다. 이런 고통을 해소하고자 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시민 여러분 불편하시겠지만 조금만 참아주세요.”
이는 전주시에서 ‘어은 재해위험지구 정비사업’을 추진하면서 설치한 것이다. 어은·도토리골은 지반이 낮아 조금만 비가와도 마당이나 집이 침수되는 피해를 입고 있다. 이에 시는 이 일대에 펌프장 5개를 설치키로 하고 현재 임시 도로를 개설하고 있다.
전주시 관계자는 “인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사업의 필요성을 알리고 시민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문구를 담았다”고 말했다.
지난달 충장로 객사 승강장의 한 은행나무에 걸린 안내문은 뭉클한 ‘편지’다. 전주시가 저상버스 승강장 개선사업을 위해 이 나무를 베기로 하고 50×60㎝ 정도의 천에 애정을 담은 글귀를 적었다.
편지엔 “나무야 고맙다. 그리고 미안해! 그동안 그늘막과 휴식공간이 되어준 나무야. 이제는 사람들을 위하여 자리를 양보해주렴. 저상버스 승강장 개선공사를 위하여 나무가 벌목이 됩니다”라고 적혀 있다.
이 아이디어는 한 환경단체 관계자가 제안한 것이다. 시는 “14곳에서 승강장 개선사업을 추진하면서 인근 나무들을 다른 곳으로 옮기기로 했으나 이 나무만 이식이 어려워 아쉽게도 자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에는 중화산동 서원로 선형개량공사장 앞에 3개의 안내판이 붙었다. 시는 심한 곡선도로인 이곳을 넓혀 일직선으로 만들기로 하고, 공사 계획을 그린 사진까지 포함시켜 이해도를 높였다.
전주=글·사진 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
[사회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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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소… 읍소… 전주시, 감성적 시정 홍보 눈에 띄네
입력 2016-05-31 1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