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호 “무적함대 침몰시키자”… 한국-스페인, 오스트리아서 평가전

입력 2016-05-31 19:38
울리 슈틸리케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왼쪽 세 번째)이 스페인과의 평가전을 이틀 앞둔 30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스포티스머스센터에서 전술 훈련을 지도하고 있다. 뉴시스

이번엔 슈틸리케 마법이 ‘무적함대’를 풍랑 속으로 몰아넣을 수 있을까? 2002 한·일월드컵 8강전에서 ‘히딩크호’는 스페인과 연장까지 0대 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로 승리(공식 기록은 무승부)했다. 그로부터 14년 후 이번엔 ‘슈틸리케호’가 스페인과 맞대결을 벌인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1일 오후 11시 30분(한국시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레드불아레나에서 스페인과 평가전을 치른다. 국제축구연맹(FIFA) 54위인 한국이 유로 2016에서 대회 3연패에 도전하는 강호 스페인(6위)을 상대로 이변을 일으킬지 관심이 쏠린다.

슈틸리케호는 지난해 20경기를 치러 16승3무1패라는 좋은 성적을 거뒀다. 44골을 뽑아내는 동안 4골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경기당 실점률 0.2골은 FIFA 가맹국 중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하지만 상대들은 약체인 아시아 팀들이었다.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을 앞둔 슈틸리케호에게 이번 평가전은 전력을 객관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한국은 스페인과의 역대 전적에서 2무3패로 열세를 보이고 있다. 가장 최근 맞대결이었던 2012년 경기에서는 1대 4로 대패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번 평가전에서 노리는 것은 태극전사들의 경험과 자신감이다. 한국이 대등한 경기를 한다면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순풍을 탈 수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독일 출신이지만 스페인의 명문 클럽 레알 마드리드에서 선수 생활의 황금기를 보냈다. 그 때문에 독일식 축구보다 스페인식 축구를 선호한다. 스페인은 ‘티키타카(짧은 패스 위주의 점유율 축구)’로 유명한 팀이다. 이것으로 유로 2008, 2010 남아공월드컵, 유로 2012 정상에 올랐다. 슈틸리케 감독은 부임 이후 줄곧 점유율 축구를 강조했다. 문제는 한국이 점유율 축구에서 스페인에 밀릴 것이 뻔하다는 것이다. 독일, 브라질, 이탈리아 등 세계 정상급 팀들도 스페인을 상대로는 점유를 포기하고 경기를 하는 판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29일 오스트리아로 출국하며 “스페인을 상대로 볼 점유율에서 밀리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잘 알고 있지 않냐”며 “스페인을 상대로 점유율을 높이고 수비라인을 올려 전방 압박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수비에 치중하며 역습으로 스페인 골문을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토트넘),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 윤빛가람(옌볜 푸더) 등 2선의 공격이 얼마나 통하는지가 관전 포인트다.

스페인의 비센테 델 보스케 감독은 유로 2016에 대비해 이번 평가전에 주축 선수들을 내보낼 가능성이 높다. 보스케 감독은 이번 대표팀 명단에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세르히오 부스케츠(이상 바르셀로나), 코케(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세스크 파브레가스, 페드로 로드리게스(첼시), 다비드 실바(맨체스터시티) 등 스타들을 대거 발탁했다. 스페인은 지난 30일 스위스에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를 3대 1로 꺾으며 강호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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