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태백, 22번째 국립공원 품는 고원 도시

입력 2016-06-01 21:01
오는 8월 22일 우리나라 22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는 태백산 정상에 고사한 주목과 연분홍 철쭉이 아침 해를 받으며 환상적인 풍경을 펼치고 있다. 장군봉에서 천제단에 이르는 300여m 구간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철쭉 군락지다.
한강의 발원지 검룡소에서 흘러내린 물이 초록빛 이끼로 단장된 폭포를 따라 용틀임치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황지연못, 광대수염, 큰앵초, 눈개승마, 금강애기나리.
갈빗살
강원도 태백시는 4대강 가운데 두 강의 시원(始原)을 품고 있다. 한강의 발원지 검룡소와 낙동강의 발원지 황지연못이다. 태백산(1567m)을 중추로 한 함백산(1573m), 금대봉(1418m), 매봉산(1303m) 등 백두대간이 아우르는 산세도 장관이다. 그 속에는 야생화가 지천이다.

해발 평균 650m인 고원(高原) 도시인 태백은 한여름에도 열대야가 발생하지 않을 정도로 시원하다. 모기도 생존하기에 좋은 환경이 아니어서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찌는 듯한 여름철 피서지로 더할 나위 없다. 차갑고 진한 산소 속에서 보내는 휴가는 휴식과 힐링을 안겨 준다.



두 강의 발원지 검룡소와 황지연못

검룡소에서 시작한 물줄기는 장장 514㎞를 굽이치고 달려 서해안으로 흘러든다. 우리 민족이 한강을 중심으로 역사를 만들어 왔다면 검룡소는 그 역사를 있게 한 시발점이다.

한강 발원지라고 해서 깊은 산 속에 꼭꼭 숨어 있다는 것이 아니다. 주차장에서 평탄한 비포장길을 20여분 걸어가면 닿을 정도로 발품을 크게 팔지 않아도 된다. 길 옆에 울창하게 들어선 피나무, 물푸레나무, 생강나무 등은 시원한 그늘을 드리운다. 가족이 아이 손을 잡고 산책삼아 다녀오기에도 좋다.

주차장에서 10여 분 걸으면 세심교다. 세심교를 건너면 길 양옆으로 미끈한 낙엽송이 하늘을 찌르고 그 사이로 길은 평온하게 뻗어 있다. 10분 남짓 더 걸으면 검룡소에 닿는다. 바닥이 훤히 보일 정도로 맑은 샘이다. 이곳에서 하루 2000∼3000t가량의 지하수가 석회암반을 뚫고 솟는다.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는 법이 없고 수온도 사시사철 9도 안팎으로 일정하다. 이끼들도 초록빛을 간직하고 있다.

검룡소 아래로는 너비 1∼2m로 파인 암반을 따라 20여m를 흐르는 완만한 폭포가 있다. ‘용틀임폭포’라고도 부르는데 용에 관한 전설도 깃들어 있다. 옛날 서해에서 용이 되고자 하는 이무기가 한강을 따라 하늘에 오르기 위한 여행을 했다. 도달한 곳이 검룡소. 이무기는 암반을 오르기 위해 지그재그로 몸을 뒤틀었는데, 지금의 와폭은 이무기가 몸부림 친 자국이라는 것이다.

검룡소의 물은 골지천∼임계천∼조양강을 거쳐 정선 가수리에서 동남천을 만나 동강을 이룬다. 그 뒤에 영월에서 서강과 합류해 남한강이 되고 이후 충주호를 거친 다음, 양평 두물머리에서 북한강과 만나 한강이 된다.

낙동강 발원지 황지연못은 시내 한 복판에 자리잡고 있다. 4대강 가운데 두 강이 한 고장에서 발원한다는 사실이 놀랍다. ‘동국여지승람’ ‘척주지’ ‘대동지지’ 등에 낙동강의 근원지라고 적혀 있다. 연못 주변은 공원으로 조성돼 시민들의 휴식처가 되고 있다.



‘야생화의 천국’ 금대봉

검룡소를 품은 금대봉은 야생화 트레킹부터 산꾼들의 제대로 된 산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트레킹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트레킹 시작점인 두문동재(1268m)까지 차량 이동이 가능해 부담도 덜하다.

금대봉은 겨울을 뺀 나머지 계절엔 철마다 꽃을 피워내 ‘산상 화원’이라고도 불린다. 봄꽃은 지고 여름꽃이 피기 전인 간절기인 요즘에도 절정 때보다는 못하지만 여전히 다양한 야생화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여름 휴가철이면 지천으로 깔려 있는 꽃밭을 걷게 된다.

두문동재를 출발하면 길은 널찍하고 유순하다. 주변으로는 생화들이 색의 향연을 펼친다. 쥐오줌풀, 미나리아재비, 큰앵초, 광대수염, 금강애기나리, 눈개승마 등 야생화가 곳곳에서 자태를 뽐낸다. 금대봉까지는 1.2㎞. 마지막 약간 가풀막이 있지만 꽃들에 심취해 걷다 보면 힘든 줄 모른다.



철쭉·유채꽃으로 물든 태백산 ‘봄꽃 엔딩’

태백산 철쭉은 백두대간 능선에서 만나는 한반도 마지막 철쭉이라는 점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매년 5월쯤 남녘에서 북상하기 시작하는 철쭉은 6월초부터 중순까지 백두대간의 심장부 태백산을 뒤덮는다.

태백산 정상 장군봉에서 천제단에 이르는 300여m 구간은 한반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소재한 철쭉 군락지다. 남쪽지방의 지리산, 소백산 등에서 볼 수 있는 철쭉이 알록달록 화사한 진분홍빛의 자태를 뽐낸다면 태백산 철쭉은 봄꽃의 작별을 달래는 연분홍빛으로 가득하다. 화려하지 않지만 푸근함으로 다가온다. 특히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 주목(朱木)과 어우러진 연분홍빛 철쭉은 황홀경을 풀어낸다.

태백산 철쭉을 만나러 가는 등산로는 산림욕과 가족나들이를 겸할 수 있는 편안한 산책로이다. 장엄한 풍모를 갖추고 있으나 암벽이 적고 능선이 가파르지 않아 초보자도 쉽게 오를 수 있다. 4∼5시간 정도면 들머리에서 천제단을 거쳐 하산할 수 있어 가족산행지로도 적격이다.

태백산 철쭉을 못 보더라도 서운해 할 필요는 없다. 제5회 태백산 유채꽃 축제가 오는 3일부터 7일까지 5일간 태백산국립공원 입구 유채꽃 축제 행사장에서 개막된다.


여행메모


태백 한우 갈빗살·물닭갈비 별미

끝자리 5일 통리시장 ‘재래 풍경’


승용차로 강원도 태백을 가려면 중부고속도로 제천IC를 빠져나와 1.2㎞ 직진 후 신동IC 육교 앞에서 영월·단양 방면으로 우회전한다. 이어 북부로·강원남로를 타고 가다 두문동재 터널을 지나면 태백이다. 약 3시간 30분 걸린다.

숙소로는 오투리조트(033-580-7000), 태백산민박촌(033-553-7440) 등이 있으며 태백시내에 모텔촌이 형성돼 있다. 색다른 잠자리를 원하면 태백산한옥펜션(033-554-4732), 태백고원자연휴양림(033-582-7440)도 좋다.

태백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것이 고깃집이다. 식당이름에 대부분 ‘실비’가 들어가 있는 것도 특징이다. 갈빗살(사진), 모듬, 주물럭 등 대부분 메뉴가 서울 유명 고깃집들보다 훨씬 싸다. 태백 사람들은 소갈빗살을 즐겨 먹는다.

물닭갈비도 별미다. 볶음식으로 유명한 춘천 닭갈비와 달리 식재료를 쇠판에 넣고 육수를 부어 끓여낸다. 전골처럼 국물이 자작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광부들이 즐겨 먹던 음식이라고 한다.

끝자리 5일이라면 통리장에 들러보자. 태백에서 가장 큰 전통시장으로, 열흘마다 장이 선다. 석탄산업이 번창한 도시를 대변하듯, 옛 경동탄광 사택(경동아파트)을 에둘러 걷는 길 주변이다. 삼척과 울진에서 올라온 통리역의 어물전부터 통리초등학교 입구까지 농산물, 약초, 농기구 등 옛 재래시장의 풍경이 고스란히 펼쳐진다.

8월 22일 정식 지정되는 태백산국립공원은 강원도 영월군·정선군은 물론 경북 봉화군 일부 지역도 포함한다. 최근 준비단이 구성돼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태백=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