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살 도려내는 심정으로… 기감, 부정선거 사례 취합 공개

입력 2016-05-31 20:46 수정 2016-05-31 21:33
바른감독선거협의회 총무인 지학수 목사가 30일 서울 석교감리교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감리교단 부정선거 감시활동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김보연 인턴기자
감리교단 최고 지도자를 뽑는 감독회장 선거와 각 연회 수장을 가리는 감독 선거는 그간 얼마나 혼탁하게 치러졌을까. 감리교단 선거에서 금품과 향응이 오간 ‘수준’은 어느 정도였을까.

바른감독선거협의회는 31일 2008∼2014년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감독회장 및 감독 선거들에서 불거진 부정선거 사례를 취합해 공개했다. 협의회는 개혁 성향의 감리교단 목회자와 평신도들이 1996년 설립한 단체로 이들이 공개한 자료에는 감리교단의 부끄러운 ‘민낯’이 담겨 있었다.

◇감독회장 선거, 유권자 접대 ‘식사비’로만 5억원?=협의회에 따르면 해당 기간 감독회장 및 감독 선거에서 드러난 부정선거 사례는 38건에 달했다. 특히 금권이 개입된 케이스가 많았다. 38건 중 28건은 식사 등 향응을 제공받거나 돈 봉투를 받은 경우였다.

가령 2013년 6월 감독회장에 출마한 한 목사는 경기도 고양시 한 횟집에서 선거권이 있는 목사 6명에게 점심을 제공하고 무선 키보드를 선물했다. 서울남연회 감독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는 2014년 6월 서울 봉천동 식당에서 유권자 4명에게 식사대접을 하고 20만원을 전달했다. 이 후보자는 같은 해 7월 감리사 3명에게 지갑과 각각 30만∼50만원이 든 봉투, USB 등을 건넸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이 같은 사례는 총회 재판기록을 통해 확인됐거나 협의회가 수집한 제보를 종합한 것이다. 협의회가 공개한 ‘증언’ 중에는 교단의 금권선거가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 적지 않았다.

“어떤 후보자는 감독회장에 입후보하는 과정에서 (선거권자에게 지출한) 식사비만 5억원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선거 종반에 향응(식사)만 제공하던 후보자는 돈 봉투를 뿌리는 후보에게 선거권자가 쏠리는 바람에 선거를 포기했다” “돈 봉투 전달 중간책에게 배달 사기를 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선거관리위원이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은 사례, 부정선거를 저지른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총회 특별재판위원회에 참석할 증인으로부터 재판 출석 포기 각서를 받아낸 경우도 있었다.

◇“선거부정 근절해야”=기감은 오는 9월 임기 4년의 감독회장, 2년의 연회 감독들을 선출하는 선거를 치른다. 협의회는 전날 서울 서대문구 석교감리교회(황광민 목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감리교회 미래를 위한 절박한 심정으로 선거부정 근절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협의회는 향후 연회별로 암행감시단을 조직해 부정선거 감시 활동에 나서기로 했다. 감시단은 연회별로 목회자와 장로 20∼40명 수준으로 구성되며 후보자의 선거동선을 따라다니며 밀착 감시활동을 벌인다. 각종 제보를 받는 기구도 운영한다. 불법선거 제보가 들어오면 곧바로 기감 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키로 했다. ‘공명선거 후보자 서약식’ ‘공명선거 토론회’ 등도 개최할 계획이다.

협의회 총무인 지학수 목사는 “선거가 본격화되기 전인 데도 후보자가 식사를 제공하고 돈 봉투를 건넸다는 제보가 접수되고 있다”며 “증거가 확보되는대로 고발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전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