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가 짙게 낀 날 익숙하지 않은 도로를 운전해본 적이 있는가? 지나온 길이 앞으로도 비슷하게 계속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며 바로 앞만 보며 운전할 수밖에 없다. 펀드에 대한 투자는 펀드가 이제까지 걸어왔던 길을 보고 펀드의 미래를 기대하며 투자한다는 측면에서 안개 낀 날 운전하기와 비슷하다.
기관투자가와 같은 전문 투자가들은 운전자(펀드매니저)의 능력, 그리고 운전자가 내비 시스템(투자 관련 인프라) 등을 갖추었는지 등을 면밀히 분석해 펀드를 선택하겠지만 비전문가인 대다수 개인들은 운전자나 내비 시스템에 대한 정보도 없이 펀드가 보여준 과거 성과만을 보고 투자하는 것이 보통이다. 개인들은 펀드 투자에 있어 그야말로 백미러만 보며 운전하는 것과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비전문가인 개인들이 주로 투자하는 공모펀드 시장은 2000년대 중반 일반 개인의 새로운 저축 수단으로 각광받으며 급성장했으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성장세가 급격히 꺾인 모습이다. 물론 공모펀드 시장의 위축은 연금 등 강제 저축이 증가하면서 개인의 잠재적 투자자금이 기관으로 이전되었고, 펀드 투자와 비슷한 효과를 낮은 비용으로 달성할 수 있는 ETF 시장 확대, 국민소득의 성장세 둔화 등 경제 및 시장 여건이 변화한 데 기인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원인 중 하나는 펀드 투자에 대한 개인들의 실망스러운 경험과 이것이 촉발시킨 펀드에 대한 신뢰도 저하일 것이다.
2000년대 중반부터 불었던 펀드 광풍은 개인들이 갖고 있었던 펀드에 대한 잘못된 믿음, 즉 펀드의 과거 실적이 운전자의 능력을 나타내는 확실한 증거라는 믿음이 2008년 금융위기와 함께 무참히 깨지면서 급격히 수그러들었다. 당시 많은 개인들은 지금으로서는 납득할 수 없는 높은 수준의 수수료를 내고 과거 엄청난 수익이 났으니 나만 믿고 투자하라는 식의 펀드에 경쟁적으로 투자했다. 그러나 결과는 처참했으며 지금도 일부 개인은 그 투자의 후유증을 앓고 있다.
이같이 실망스러운 경험을 한 개인들은 펀드의 운전자가 운전 능력과 인프라를 갖췄던 것이 아니라 단순히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의심하게 되었고 공모펀드를 외면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펀드 판매사 및 운용사들은 자신에 유리한 펀드를 판매하거나 소규모 펀드를 무책임하게 난립시키는 등 과거 행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한 개인들에게 제공되는 펀드 정보는 여전히 과거 수익률 등 과거 지향적이고 편향된 정보가 주를 이루고 있어 개인들의 펀드 선택에 별 도움을 주지 못한다.
인구 고령화가 예상되는 우리나라에 있어 개인들이 효과적으로 노후 준비를 할 수 있는 공모펀드 시장 활성화는 중요한 정책과제다. 최근 정책 당국이 제시한 공모펀드 성과보수 도입은 펀드 운용사와 투자자 간 이해관계를 일치시킨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고 판단된다. 이와 더불어 시장의 신뢰를 잃어버린 공모펀드 시장을 다시 살리기 위해서는 개인들에게 펀드 운용 철학, 펀드매니저, 펀드 인프라, 펀드 목표, 펀드 위험 관련 정보, 운용사별 총 펀드 수익률 등 미래지향적이고 편향되지 않은 정보를 쉬운 형태로 포장해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물론 펀드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다양한 정보를 쉽게 포장하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이러한 정보가 개인들에게 제공될 때 비로소 개인들이 백미러만을 보고 운전하는 위험을 피할 수 있고 개인들의 공모펀드에 대한 신뢰도 점차 회복될 것이다.
신성환 한국금융연구원장
[경제시평-신성환] 펀드 투자의 성공 조건
입력 2016-05-31 19:53